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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사회부 차장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여권발(發)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강제수사 압박이 거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즉시 강제수사를 통해 신천지 교단의 제대로 된 명단과 시설 위치를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신도 고의 누락 등을 이유로 고발당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대구지방경찰청의 압수수색 신청을 반려하고 보강 수사를 지휘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여권의 검찰 압박은 지난 2월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신천지 교회 강제수사에 대한 검찰 지시가 시작이었다. 이어 ‘정치적 쇼잉’ 논란이 일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살인죄 고발, ‘신천지 잡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SNS 실시간 추적기’ 등이 이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뉴스에서 사라졌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방역의 실패는 정치와 행정의 실패인데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할 ‘검찰 수사’로 돌파해 보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법 과잉’에 가깝다. 검찰이 직접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검찰 힘 빼기는 이 정권이 줄곧 주장해 왔던 검찰개혁의 핵심 내용인데, 이번에는 직접수사를 대놓고 압박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입’은 검찰개혁을 외쳐 왔지만, ‘몸과 마음’은 몸에 밴 ‘검찰 만능주의’를 실토하고 만 셈이다. 여권은 ‘국민의 법감정’을 강제수사의 중요한 근거로 내세우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울 ‘타깃’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신천지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에 대한 분노도 치민다. 하지만 지금은 방역 당국의 행정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를 수사의 기준으로 세운 검찰의 입장이 맞는다고 본다. 여권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확한 교인 명단 확보가 급선무라면 강제수사보다 행정처분으로 문제를 풀면 된다. ‘행정상 강제처분’은 장소나 확보할 수 있는 물건의 범위를 영장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비해 훨씬 폭넓은 조사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체포’ 등 처벌을 전제로 한 범죄 입증을 위한 강제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신천지 교인들의 저항감을 키워 오히려 사태 해결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 강제 수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불과 이틀 만인 4일 ‘윗선’의 지시로 브리핑과 입장이 다소 달라진 내용의 팩스를 대검에 보냈다고 한다. 정권의 강제 수사 착수에 방해되는 방역 당국의 입장을 바꾸려 했다는 의심이 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추 장관 부임 이후 입성한 친정권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취임 일성도 ‘절제된 검찰권 행사’였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사법 당국의(신천지에 대한) 공세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그러자 “조 장관이 강조한 ‘절제의 형법학’은 자신에게만 적용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 정권이 말한 ‘절제된 검찰권’은 이미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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