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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와 관련 정부에서 꾸린 조사단이 지난 6일 사고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조사위는 운영과 관리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그 후 발생한 5건 화재를 대상으로 한 이번 2차 조사위는 4건에서 배터리 이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때 인재(人災)라고 했던 의견을 2차에서 뒤집은 셈인 데다 배터리 문제로 책임을 돌렸으니 안전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반발하고 나섰고 시장에서의 논란은 증폭될 듯하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만든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SDI(33.8%)와 LG화학(24.6%)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업체들이 앞서 있어 제2의 반도체로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재로 불안감이 커져 국내 ESS 시장에서 신규 프로젝트나 수주는 멈춰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2018년 11.6GWh에서 2019년 16GWh로 38% 성장했는데 국내 ESS 시장은 5.6GWh에서 3.7GWh로 오히려 34% 후퇴했다. 업체들은 국내 수주 대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는데 이번 조사결과 발표가 찬물을 끼얹을 판이다.

배터리 분야 글로벌 시장은 올해에도 전기차, ESS용 등에서 퀀텀점프 정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1, 2위인 삼성SDI와 LG화학에 이어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BYD·CATL이 상위 5위권 안에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해 1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 업체들이 훌쩍 앞서 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우리 업체의 신뢰도를 끌어내려 추월의 빌미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 보급 성과에 치우친 한시적 보조금 지원과 정책적 일관성 부족이 불확실성을 키워 국내 ESS 시장을 침체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ESS 설비의 안전성 신뢰를 회복하고 ESS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도록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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