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리포트]영구동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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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세훈 작성일20-01-24 13:56 조회2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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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빙하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스위스 피졸 빙하 앞에 추모탑을 만들고 있다 .유튜브 캡쳐 영구동토는 2년 이상 온도가 0도 이하인 땅을 뜻합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극지방의 여름 동안에도 땅속에 있는 영구동토는 얼어 있습니다. 북반구에는 러시아 영토의 60%, 캐나다 북부의 50% 정도가 영구동토로 분류됩니다. 이는 북반구 땅의 25%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영구동토층은 계속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영구동토, 80년대 이후 계속 따뜻해졌다
캐나다 북동부 허드슨만 가까이 영구동토. 위키피디아 제공 2019년 1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 보리스 비스카본 연구원팀은 영구동토층 154곳의 땅속 온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1980년대부터 영구동토층의 변화를 관찰하는 ‘국제 영구동토층 네트워크’를 만들어 1000여 곳의 영구동토층을 조사한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비스카본 연구원팀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변화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전세계 영구동토층이 평균 0.29도 따뜻해졌단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온도가 크게 높아진 곳은 1도 가까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런 변화는 북반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과도 일치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금과 같은 기후 시나리오대로라면 앞으로도 영구동토는 계속 따뜻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영구동토층 속 탄소량, 대기의 2배
22019년 10월 초, 시베리아해 동쪽에서 영구동토층을 조사하던 러시아 톰스크 폴리테크닉대학교 이고르 세밀레토프 교수팀은 바다에서 메탄 기체가 올라오는 모습을 포착했다(왼쪽). 연구팀이 현장의 대기 중 메탄 농도를 측정한 결과 16ppm으로, 평균 1.85ppm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약 9배 높은 수준이었다.Tomsk Polytechnic University 제공 영구동토 속에는 오랜 기간 동안 묻힌 동식물의 사체와 미생물이 들어 있습니다. 영구동토가 0도 이하로 유지될 때 미생물은 낮은 온도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땅이 얼어 굳어 있다면 기체가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녹은 영구동토층에서는 기체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기체가 모두 ‘온실가스’라는 겁니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23% 더 많은 열을 가두는 심각한 온실가스입니다. 결국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때문에 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겁니다.
식물이 다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2018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북극-북방 취약성 실험팀은 북극 영구동토가 녹는 속도가 식물이나 조류의 광합성 속도에 비해 매우 빨라 온실가스 대기 중에 쌓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영구동토가 빨리 녹으면 지반이 꺼지며 물이 고이는 ‘열카르스트’ 지형이 생기는데, 이 지형이 생기면 물 웅덩이 아래의 영구동토는 더 빨리 녹으며 온실가스를 방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 지역을 다니며 열카르스트 호수 72곳에서 메탄 기체가 얼마나 방출되는지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녹고 있는 영구동토 지역 5곳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열카르스트가 만들어진 곳에서 1.25~1.9배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은 영구동토가 녹으며 탄소를 품고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알래스카 배로우 지역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자료 42년치를 수집한 뒤, 토양이나 식물에서 흡수하거나 내뿜는 탄소량 자료만을 추출해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영구동토층의 탄소 저장 시간이 최근 42년간 13.4% 줄어들었단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정수종 교수는 “탄소 저장 시간이 13.4% 줄어들었다는 건 영구동토 속의 탄소 1400Pg이 대기 중으로 모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40년에서 121년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영구동토 속에 숨어있는 좀비 생명체?
75년 전, 탄저병에 걸린 순록이 묻혔던 지층이 드러나며 탄저균이 2016년 다시 야말 반도에서 부활했다. 순록의 몸에서 인근 주민의 몸으로 들어가며 탄저병을 유행시켰다. 당시 탄저병으로 입원한 사람의 수는 90명 정도였으며,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튜브 캡쳐 일부 생물에게 영구동토는 냉동실 같은 존재입니다.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꽁꽁 언 채 영구동토층에 보존돼 있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연구원은 러시아 알라제야강 근처의 영구동토층에서 3만~4만 년 전에 살던 선충을 살려냈습니다. 연구팀은 수십m 아래의 영구동토에서 채취한 300개의 시료를 연구실에서 녹여 영양분을 공급하자 그중 2개의 시료에서 선충이 살아났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발표하며 “이 선충을 연구하면 냉동보존 의학, 우주과학에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구동토 속에 있다가 되살아난 생명체는 현재 생명체에게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2016년 7월,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 반도에서 약 2300마리의 순록이 탄저병으로 죽은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탄저병은 ‘탄저균’에 감염되면 생기는 질병이에요. 탄저균이나 탄저균의 포자가 포함된 물질을 접촉하거나 호흡하면 감염됩니다.
그런데 야말 반도에서 마지막 탄저병이 발병한 건 75년 전입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영구동토가 녹으며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묻힌 지역이 드러나 탄저균이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답니다.
영구동토 속에서 동물 미라가 나타나다
한 상아 사냥꾼이 영구동토에서 찾은 매머드 상아를 들고 있다. Amos Chapple/RFE/RL 2019년 11월 29일, 러시아 동토층에서 한 개과 포유류 미라가 발견됐습니다. 온전한 모양을 갖춘 것은 물론 털과 수염, 눈썹까지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습니다.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세르게이 페도로프 연구원팀은 2018년 여름, 시베리아 동쪽의 야쿠츠크에서 이 미라를 처음 발견했는데, 강변의 영구동토가 녹으며 미라가 노출된 것이었습니다.
그 뒤 연구팀은 이 미라의 갈비뼈를 분석해 1만 8000년 전에 살았던 생후 2개월 정도 된 어린 생물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영구동토가 녹으며 이처럼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미라를 발견하는 빈도도 잦아졌습니다. 2018년 8월에도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연구팀이 3만~4만 년 전에 살던 망아지 미라를 발견하는가 하면, 2017년 12월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발레리 플로트니코프 연구원팀이 5만 5000년 전 동굴사자 새끼의 미라를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망아지 미라를 발견한 연구팀은 2019년 4월, 발견한 망아지 미라에서 혈액과 소변 시료를 액체 상태로 얻어 분석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나무가 너무 잘 자라 영구동토 황폐화
한 상아 사냥꾼이 고압의 물로 뚫은 영구동토층 사이에서 매머드 상아를 찾고 있다. 오른쪽 한 켠엔 사향소의 사체로 추정되는 것이 보인다. Amos Chapple/RFE/RL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이곳에 자리잡은 나무 ‘다후리안 낙엽송’도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2019년 5월 13일, 중국 선양농업대학교 연구팀이 이 나무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남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 나무는 이전 40년 동안보다 더 많이 자랐습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땅속에서 찾았습니다. 다후리안 낙엽송은 보통 영구동토층 위의 활동층에 뿌리를 내리는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활동층의 깊이가 깊어지고 영양분이 많아져 나무의 성장이 급격히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영구동토 위에서 자라는 식물이 급격히 많아지면 땅속의 온도는 더욱 빨리 높아지고, 결국 영구동토층은 더 빨리 녹게 될 겁니다. 게다가 활동층 아래에서 단단하게 받쳐주던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 지형이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극지연구소 KOPRI-NPI 극지연구 협력센터 이유경 센터장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어떤 곳은 녹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수분이 아래로 빠져 식물이 자라지 못하기도 한다”며 “어떤 모습이든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토 속 ‘하얀 금’ 찾는 사람들을 쫓아서"
아모스 카펠(자유유럽방송 사진 기자)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면서 매머드의 뼈나 상아 등이 속속 발견됐습니다. 멸종 동물의 흔적은 비싼 값에 팔려 ‘하얀 금’이라고도 불렸지요. 이런 상아 사냥꾼들을 만나 그들의 사냥을 취재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유럽방송 아모스 카펠 사진 기자입니다. 전화 인터뷰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상아 사냥꾼들을 찾기 어렵다고 들었다. 어떻게 상아 사냥꾼들을 만났나.
2016년 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을 다니는 트럭 운전사를 취재했습니다. 러시아 북부 도시인 벨라야 고라로 가는 길엔 꽁꽁 언 강 위를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 구간이 있습니다. 매번 목숨을 걸고 운행하는 운전사와 동행하던 중, 그가 상아 사냥꾼을 알고 있단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해 여름, 상아 사냥꾼들이 상아를 찾아 나설 때에도 동행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Q 영구동토에선 쉽게 상아를 찾을 수 있나.
예전엔 상아 찾기가 쉬웠다고들 하던데,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아 사냥꾼들은 고압의 물을 영구동토에 뿌리며 상아가 드러나길 기다려요. 불법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Q 상아 사냥꾼들의 활동 때문에 영구동토가 빠르게 녹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상아 사냥꾼들은 활동하는 지역이 좁고, 여름 동안 잠깐 활동합니다. 그래서 상아 사냥꾼들이 영구동토가 녹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영구동토가 녹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요?
※도움말=이유경(극지연구소 KOPRI-NPI 극지연구 협력센터장), 정수종(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민철(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연구원), 아모스 카펠(자유유럽방송 사진 기자)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0년 2호(1.15발행) [영구동토 장례식] R.I.P. 얼음, 이곳에 잠들다
[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2019년 9월, 빙하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스위스 피졸 빙하 앞에 추모탑을 만들고 있다 .유튜브 캡쳐 영구동토는 2년 이상 온도가 0도 이하인 땅을 뜻합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극지방의 여름 동안에도 땅속에 있는 영구동토는 얼어 있습니다. 북반구에는 러시아 영토의 60%, 캐나다 북부의 50% 정도가 영구동토로 분류됩니다. 이는 북반구 땅의 25%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영구동토층은 계속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영구동토, 80년대 이후 계속 따뜻해졌다
캐나다 북동부 허드슨만 가까이 영구동토. 위키피디아 제공 2019년 1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 보리스 비스카본 연구원팀은 영구동토층 154곳의 땅속 온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1980년대부터 영구동토층의 변화를 관찰하는 ‘국제 영구동토층 네트워크’를 만들어 1000여 곳의 영구동토층을 조사한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비스카본 연구원팀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변화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전세계 영구동토층이 평균 0.29도 따뜻해졌단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온도가 크게 높아진 곳은 1도 가까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런 변화는 북반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과도 일치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금과 같은 기후 시나리오대로라면 앞으로도 영구동토는 계속 따뜻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영구동토층 속 탄소량, 대기의 2배
22019년 10월 초, 시베리아해 동쪽에서 영구동토층을 조사하던 러시아 톰스크 폴리테크닉대학교 이고르 세밀레토프 교수팀은 바다에서 메탄 기체가 올라오는 모습을 포착했다(왼쪽). 연구팀이 현장의 대기 중 메탄 농도를 측정한 결과 16ppm으로, 평균 1.85ppm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약 9배 높은 수준이었다.Tomsk Polytechnic University 제공 영구동토 속에는 오랜 기간 동안 묻힌 동식물의 사체와 미생물이 들어 있습니다. 영구동토가 0도 이하로 유지될 때 미생물은 낮은 온도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땅이 얼어 굳어 있다면 기체가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녹은 영구동토층에서는 기체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기체가 모두 ‘온실가스’라는 겁니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23% 더 많은 열을 가두는 심각한 온실가스입니다. 결국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때문에 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겁니다.
식물이 다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2018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북극-북방 취약성 실험팀은 북극 영구동토가 녹는 속도가 식물이나 조류의 광합성 속도에 비해 매우 빨라 온실가스 대기 중에 쌓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영구동토가 빨리 녹으면 지반이 꺼지며 물이 고이는 ‘열카르스트’ 지형이 생기는데, 이 지형이 생기면 물 웅덩이 아래의 영구동토는 더 빨리 녹으며 온실가스를 방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 지역을 다니며 열카르스트 호수 72곳에서 메탄 기체가 얼마나 방출되는지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녹고 있는 영구동토 지역 5곳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열카르스트가 만들어진 곳에서 1.25~1.9배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은 영구동토가 녹으며 탄소를 품고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알래스카 배로우 지역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자료 42년치를 수집한 뒤, 토양이나 식물에서 흡수하거나 내뿜는 탄소량 자료만을 추출해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영구동토층의 탄소 저장 시간이 최근 42년간 13.4% 줄어들었단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정수종 교수는 “탄소 저장 시간이 13.4% 줄어들었다는 건 영구동토 속의 탄소 1400Pg이 대기 중으로 모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40년에서 121년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영구동토 속에 숨어있는 좀비 생명체?
75년 전, 탄저병에 걸린 순록이 묻혔던 지층이 드러나며 탄저균이 2016년 다시 야말 반도에서 부활했다. 순록의 몸에서 인근 주민의 몸으로 들어가며 탄저병을 유행시켰다. 당시 탄저병으로 입원한 사람의 수는 90명 정도였으며,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튜브 캡쳐 일부 생물에게 영구동토는 냉동실 같은 존재입니다.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꽁꽁 언 채 영구동토층에 보존돼 있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연구원은 러시아 알라제야강 근처의 영구동토층에서 3만~4만 년 전에 살던 선충을 살려냈습니다. 연구팀은 수십m 아래의 영구동토에서 채취한 300개의 시료를 연구실에서 녹여 영양분을 공급하자 그중 2개의 시료에서 선충이 살아났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발표하며 “이 선충을 연구하면 냉동보존 의학, 우주과학에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구동토 속에 있다가 되살아난 생명체는 현재 생명체에게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2016년 7월,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 반도에서 약 2300마리의 순록이 탄저병으로 죽은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탄저병은 ‘탄저균’에 감염되면 생기는 질병이에요. 탄저균이나 탄저균의 포자가 포함된 물질을 접촉하거나 호흡하면 감염됩니다.
그런데 야말 반도에서 마지막 탄저병이 발병한 건 75년 전입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영구동토가 녹으며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묻힌 지역이 드러나 탄저균이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답니다.
영구동토 속에서 동물 미라가 나타나다
한 상아 사냥꾼이 영구동토에서 찾은 매머드 상아를 들고 있다. Amos Chapple/RFE/RL 2019년 11월 29일, 러시아 동토층에서 한 개과 포유류 미라가 발견됐습니다. 온전한 모양을 갖춘 것은 물론 털과 수염, 눈썹까지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습니다.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세르게이 페도로프 연구원팀은 2018년 여름, 시베리아 동쪽의 야쿠츠크에서 이 미라를 처음 발견했는데, 강변의 영구동토가 녹으며 미라가 노출된 것이었습니다.
그 뒤 연구팀은 이 미라의 갈비뼈를 분석해 1만 8000년 전에 살았던 생후 2개월 정도 된 어린 생물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영구동토가 녹으며 이처럼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미라를 발견하는 빈도도 잦아졌습니다. 2018년 8월에도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연구팀이 3만~4만 년 전에 살던 망아지 미라를 발견하는가 하면, 2017년 12월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발레리 플로트니코프 연구원팀이 5만 5000년 전 동굴사자 새끼의 미라를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망아지 미라를 발견한 연구팀은 2019년 4월, 발견한 망아지 미라에서 혈액과 소변 시료를 액체 상태로 얻어 분석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나무가 너무 잘 자라 영구동토 황폐화
한 상아 사냥꾼이 고압의 물로 뚫은 영구동토층 사이에서 매머드 상아를 찾고 있다. 오른쪽 한 켠엔 사향소의 사체로 추정되는 것이 보인다. Amos Chapple/RFE/RL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이곳에 자리잡은 나무 ‘다후리안 낙엽송’도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2019년 5월 13일, 중국 선양농업대학교 연구팀이 이 나무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남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 나무는 이전 40년 동안보다 더 많이 자랐습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땅속에서 찾았습니다. 다후리안 낙엽송은 보통 영구동토층 위의 활동층에 뿌리를 내리는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활동층의 깊이가 깊어지고 영양분이 많아져 나무의 성장이 급격히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영구동토 위에서 자라는 식물이 급격히 많아지면 땅속의 온도는 더욱 빨리 높아지고, 결국 영구동토층은 더 빨리 녹게 될 겁니다. 게다가 활동층 아래에서 단단하게 받쳐주던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 지형이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극지연구소 KOPRI-NPI 극지연구 협력센터 이유경 센터장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어떤 곳은 녹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수분이 아래로 빠져 식물이 자라지 못하기도 한다”며 “어떤 모습이든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토 속 ‘하얀 금’ 찾는 사람들을 쫓아서"
아모스 카펠(자유유럽방송 사진 기자)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면서 매머드의 뼈나 상아 등이 속속 발견됐습니다. 멸종 동물의 흔적은 비싼 값에 팔려 ‘하얀 금’이라고도 불렸지요. 이런 상아 사냥꾼들을 만나 그들의 사냥을 취재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유럽방송 아모스 카펠 사진 기자입니다. 전화 인터뷰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상아 사냥꾼들을 찾기 어렵다고 들었다. 어떻게 상아 사냥꾼들을 만났나.
2016년 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을 다니는 트럭 운전사를 취재했습니다. 러시아 북부 도시인 벨라야 고라로 가는 길엔 꽁꽁 언 강 위를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 구간이 있습니다. 매번 목숨을 걸고 운행하는 운전사와 동행하던 중, 그가 상아 사냥꾼을 알고 있단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해 여름, 상아 사냥꾼들이 상아를 찾아 나설 때에도 동행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Q 영구동토에선 쉽게 상아를 찾을 수 있나.
예전엔 상아 찾기가 쉬웠다고들 하던데,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아 사냥꾼들은 고압의 물을 영구동토에 뿌리며 상아가 드러나길 기다려요. 불법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Q 상아 사냥꾼들의 활동 때문에 영구동토가 빠르게 녹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상아 사냥꾼들은 활동하는 지역이 좁고, 여름 동안 잠깐 활동합니다. 그래서 상아 사냥꾼들이 영구동토가 녹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영구동토가 녹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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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0년 2호(1.15발행) [영구동토 장례식] R.I.P. 얼음, 이곳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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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th World Holocaust Forum 2020 in Jerusalem
German President Frank-Walter Steinmeier speaks during the Fifth World Holocaust Forum at the Yad Vashem Holocaust memorial museum in Jerusalem, Israel, 23 January 2020. The event marking the 75th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of Auschwitz under the title 'Remembering the Holocaust: Fighting Antisemitism' is held to preserve the memory of the Holocaust atrocities by Nazi Germany during World War II. EPA/ABIR SULTAN / POOL EPA 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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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th World Holocaust Forum 2020 in Jerusalem
German President Frank-Walter Steinmeier speaks during the Fifth World Holocaust Forum at the Yad Vashem Holocaust memorial museum in Jerusalem, Israel, 23 January 2020. The event marking the 75th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of Auschwitz under the title 'Remembering the Holocaust: Fighting Antisemitism' is held to preserve the memory of the Holocaust atrocities by Nazi Germany during World War II. EPA/ABIR SULTAN / POOL EPA 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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