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7일 전철 문짝이 얼어서 지각해 보셨나요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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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계병훈 작성일20-01-07 06:21 조회2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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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져 밧줄에 고드름이 달린 겨울 한강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1월7일 “늦었습니다, 지하철 문이 얼어서요”
겨울날 지하철의 지상구간을 달릴 때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곤 합니다. 빙하기를 맞은 지구를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 속에서 사람들은 ‘엔진이 멈추면 모두가 죽는다’는 구호에 세뇌되어 살아가죠. 정말 인류에게 저런 상황이 왔다면 어디에 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열차를 타지 못하고 밖에서 얼어죽었을 것 같군요.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또다른 ‘설국열차’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이니 진짜 설국열차는 아니지만, 폭설과 한파로 인해 멈춰선 열차에 대한 사연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번 같이 보실까요?
2010년 1월7일자 경향신문 11면
오전 8시 경기 파주시 운정역. 플랫폼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경의선 전철을 기다리던 김모씨에게 이런 안내방송이 들려옵니다.
“전동차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급한 승객분들은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간신히 경의선 전철을 타고 있던 승객들은 다른 역에서 더 황당한 안내방송을 듣게 됩니다.
“또 문이 안 닫히고 있습니다. 지금 열려 있는 문이 있다면 손으로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은 눈으로 기록될 만한 해였습니다. 그해 1월4일에 내린 폭설은 기록적이었습니다.
서울의 최심신적설량(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중 가장 많이 쌓인 곳의 깊이)은 25.8㎝로 적설량 관측 사상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수도권 곳곳의 적설량이 20㎝ 안팎을 기록했고, 강원도 대관령은 31.5㎝가 쌓이면서 언론에서 ‘100년 만의 폭설’이라고 떠들어댈 정도였습니다.
폭설이 내린 뒤 한파가 계속되자 도로는 꽁꽁 얼었습니다. 덕분에 정부에선 ‘눈이 많이 왔으니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고 안내를 했는데요. 지상구간이 많은 전철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긴 겁니다.
사고의 상당수는 전동차 문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서 발생했습니다. 승객들이 직접 힘으로 문을 닫는 촌극까지 벌어졌고, 일부 구간에선 문이 열린 채 운행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가뜩이나 추운 날 차가운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달렸다니 황당할 노릇이지요. 이날까지 이틀간 무려 200여 대가 운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지하철이 평소보다 20~40분씩 지연 운행되면서 지각사태도 속출했습니다. 용산역에선 철로가 얼어 운행을 못하는 일도 있었고, 열차에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뒤따르던 전동차들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코레일 측은 열풍기를 이용해 출입문과 측벽 사이의 결빙을 제거하고 주요 역마다 비상조치 요원을 배치하는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어 “출입문 하부에 열선을 설치하고 전기장치의 커버에도 눈이 유입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된 한파로 수도권 전철 출입문이 얼어붙자 구로차량기지 차량관리팀원들이 지하철 출입문에쌓인 얼음을 토치램프로 녹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하루 뒤에도 지하철 1호선이 엔진 고장으로 멈췄습니다. 출입문 결빙을 포함해 6건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 사고들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비인력과 안전요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정비인력이 1800여명인 서울메트로(1940량)는 매일 운행열차의 안전성을 점검하지만, 정비인력이 600여명에 불과한 코레일(2080량)은 사흘에 한 번만 정비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경의선은 5일 주기로 검수를 하고 있었고요.
이후에도 KTX 고장 등 코레일 사고 기사가 나올 때마다 늘 인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철도노조는 닷새 간의 파업을 벌이며 코레일 측과 협상을 했지만, 임금인상에만 합의했을 뿐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관련기사: 철도노조 파업철회···열차운행 26일부터 정상화
올겨울은 아직까지 눈이 제대로 쌓인 모습을 보기가 어렵네요.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높아 지난달 적설량은 전국 12곳을 더해도 고작 0.3㎝였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2월 중 가장 적은 양이었죠.
소한인 어제는 잠시 눈송이가 날리는가 싶더니 비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는 강원 산지에는 눈이 꽤 많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대설 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쌓인 눈’ 보기 힘든 겨울···지난 12월 적설량 기상 관측 이래 최저
▶관련기사: 6~8일 전국에 많은 비…7일 밤~8일 새벽엔 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눈이 쌓이면 기분이 좋지만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기라도 하면 금세 원망이 샘솟습니다. 눈은 원없이 봤지만 한없이 불편했던 10년 전 기억을 되새기며, 눈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잠시 눌러보렵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 장도리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져 밧줄에 고드름이 달린 겨울 한강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1월7일 “늦었습니다, 지하철 문이 얼어서요”
겨울날 지하철의 지상구간을 달릴 때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곤 합니다. 빙하기를 맞은 지구를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 속에서 사람들은 ‘엔진이 멈추면 모두가 죽는다’는 구호에 세뇌되어 살아가죠. 정말 인류에게 저런 상황이 왔다면 어디에 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열차를 타지 못하고 밖에서 얼어죽었을 것 같군요.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또다른 ‘설국열차’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이니 진짜 설국열차는 아니지만, 폭설과 한파로 인해 멈춰선 열차에 대한 사연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번 같이 보실까요?
2010년 1월7일자 경향신문 11면
오전 8시 경기 파주시 운정역. 플랫폼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경의선 전철을 기다리던 김모씨에게 이런 안내방송이 들려옵니다.
“전동차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급한 승객분들은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간신히 경의선 전철을 타고 있던 승객들은 다른 역에서 더 황당한 안내방송을 듣게 됩니다.
“또 문이 안 닫히고 있습니다. 지금 열려 있는 문이 있다면 손으로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은 눈으로 기록될 만한 해였습니다. 그해 1월4일에 내린 폭설은 기록적이었습니다.
서울의 최심신적설량(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중 가장 많이 쌓인 곳의 깊이)은 25.8㎝로 적설량 관측 사상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수도권 곳곳의 적설량이 20㎝ 안팎을 기록했고, 강원도 대관령은 31.5㎝가 쌓이면서 언론에서 ‘100년 만의 폭설’이라고 떠들어댈 정도였습니다.
폭설이 내린 뒤 한파가 계속되자 도로는 꽁꽁 얼었습니다. 덕분에 정부에선 ‘눈이 많이 왔으니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고 안내를 했는데요. 지상구간이 많은 전철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긴 겁니다.
사고의 상당수는 전동차 문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서 발생했습니다. 승객들이 직접 힘으로 문을 닫는 촌극까지 벌어졌고, 일부 구간에선 문이 열린 채 운행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가뜩이나 추운 날 차가운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달렸다니 황당할 노릇이지요. 이날까지 이틀간 무려 200여 대가 운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지하철이 평소보다 20~40분씩 지연 운행되면서 지각사태도 속출했습니다. 용산역에선 철로가 얼어 운행을 못하는 일도 있었고, 열차에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뒤따르던 전동차들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코레일 측은 열풍기를 이용해 출입문과 측벽 사이의 결빙을 제거하고 주요 역마다 비상조치 요원을 배치하는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어 “출입문 하부에 열선을 설치하고 전기장치의 커버에도 눈이 유입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된 한파로 수도권 전철 출입문이 얼어붙자 구로차량기지 차량관리팀원들이 지하철 출입문에쌓인 얼음을 토치램프로 녹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하루 뒤에도 지하철 1호선이 엔진 고장으로 멈췄습니다. 출입문 결빙을 포함해 6건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 사고들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비인력과 안전요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정비인력이 1800여명인 서울메트로(1940량)는 매일 운행열차의 안전성을 점검하지만, 정비인력이 600여명에 불과한 코레일(2080량)은 사흘에 한 번만 정비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경의선은 5일 주기로 검수를 하고 있었고요.
이후에도 KTX 고장 등 코레일 사고 기사가 나올 때마다 늘 인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철도노조는 닷새 간의 파업을 벌이며 코레일 측과 협상을 했지만, 임금인상에만 합의했을 뿐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관련기사: 철도노조 파업철회···열차운행 26일부터 정상화
올겨울은 아직까지 눈이 제대로 쌓인 모습을 보기가 어렵네요.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높아 지난달 적설량은 전국 12곳을 더해도 고작 0.3㎝였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2월 중 가장 적은 양이었죠.
소한인 어제는 잠시 눈송이가 날리는가 싶더니 비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는 강원 산지에는 눈이 꽤 많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대설 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쌓인 눈’ 보기 힘든 겨울···지난 12월 적설량 기상 관측 이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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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눈이 쌓이면 기분이 좋지만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기라도 하면 금세 원망이 샘솟습니다. 눈은 원없이 봤지만 한없이 불편했던 10년 전 기억을 되새기며, 눈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잠시 눌러보렵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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