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감축 우려 커지는데 최악 상황 막을 복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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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정부가 국방부에 보다 융통성 있는 해외 주둔 미군 기조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5일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12년 만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주한미군도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및 조정의 영향권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방부가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 장관은 “(SCM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미 국방장관이) 흔들림 없는 방위 공약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토록 명시한 미 국방수권법을 들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부인했다. 미국 생각은 다를 것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목을 매는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을 한반도 밖으로 빼낼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일부를 동남아에 재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하면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건 안보 불안이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 도발을 부르고, 중국의 위협도 커질 공산이 크다. 안보 불안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염려스럽다.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 아닌가.

이런 때일수록 미국을 설득할 정부의 외교 역량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한·미동맹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온다. 한·미 국방장관 기자회견 취소 등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아시아 순방에서 또다시 한국을 제외했다. 정부가 미국의 대중 견제 참여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25전쟁 역사 왜곡 발언에는 사실상 눈을 감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 대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북핵 위협에 대처할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외교안보 당국에 그럴 만한 실력과 복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미 대선 후 한반도에 불어닥칠 격랑을 어찌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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