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검은 사신‘을 막아라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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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계병훈 작성일19-12-03 19:15 조회2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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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69년 12월3일 ‘검은 사신’을 막아라
1973년 10월 한 여성이 연탄을 갈면서 가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코를 수건으로 막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집안 난방 시작하신 분들 많으시죠.
요즘이야 가스·기름 보일러, 전기 장판, 온수 매트 등 다양한 난방 방식이 있지만, 수십년 전 서민들의 대표 난방 기구는 ‘연탄’이었습니다. 몇 십원~몇 백원하는 연탄 한 장이면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죠.
그러나 연탄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가스 중독 때문인데요. 겨울철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의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오죽하면 ‘검은 사신’이라는 말이 붙었을까요.
5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겨울철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연탄가스 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보고서에는 연탄가스 중독사고 대책이 제시됐습니다.
먼저 온돌구조와 연소장치의 개량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기사는 “지금까지 연소기구개량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며 하향식 연소 장치를 소개했습니다.
1969년 12월3일자 경향신문 6면
재래식 연소기구는 공기구멍을 하나 내어 밑에서 위로 공기를 공급하는 상향식이었습니다. 이 경우 발생되는 일산화탄소는 연탄상층부의 온도가 착화 당시 또는 탄을 갈아넣을 때 일산화탄소의 연소온도인 섭씨 617도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출됐습니다. 그러나 하향식에선 상향식과는 정반대로 불이 위에서부터 타내려 오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의 연소율이 높아 가스 제거 성능이 높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 또한 완전한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기사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소 대학 연구소와 연탄제조업자 개인발명가들이 분야 별로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 완전하다고 인정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둘째로 화학적인 방법. 독이 없거나 상당부분 제거된 연탄(화학탄)을 개발하는 것이었죠. 화학탄은 연탄에 특정 촉매를 넣음으로써 일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연탄의 불완전연소시간을 단축 또는 완전연소를 촉진시킨 것인데요. 당시 실험실에서는 일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화학탄을 만들 수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습니다.
중독 치료 분야에서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신문은 당시 서울의대가 제작한 고압산소발생장치에 주목했습니다. 그해 의식불명 상태인 가스중독자 140명 중 99%가 이 장치로 완치됐다고 합니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경우 희생율이 25%, 후유증환자(기억상실마비증 등)가 20%인 점에 비추어 고압산소에 의한 치료는 놀랄 만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이 서울의대부속병원 딱 한 곳 뿐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탄 가스 중독은 당시 심각한 사회 문제였습니다. 서울에서만도 매년 17만명이 중독되고 80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해 전인 1978년에는 서울시가 이를 막기 위한 시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이 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현상금 1000만원이 걸리기까지 했는데요. 신문에 따르면 이 공모에 23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실효성이 있는 것은 단 한 건도 없어 채택되지는 못했지만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연탄은 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곳곳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난방비를 아껴보고자 연탄을 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탄 가스 중독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도 종종 보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피해자는 저소득층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 장도리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69년 12월3일 ‘검은 사신’을 막아라
1973년 10월 한 여성이 연탄을 갈면서 가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코를 수건으로 막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집안 난방 시작하신 분들 많으시죠.
요즘이야 가스·기름 보일러, 전기 장판, 온수 매트 등 다양한 난방 방식이 있지만, 수십년 전 서민들의 대표 난방 기구는 ‘연탄’이었습니다. 몇 십원~몇 백원하는 연탄 한 장이면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죠.
그러나 연탄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가스 중독 때문인데요. 겨울철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의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오죽하면 ‘검은 사신’이라는 말이 붙었을까요.
5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겨울철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연탄가스 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보고서에는 연탄가스 중독사고 대책이 제시됐습니다.
먼저 온돌구조와 연소장치의 개량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기사는 “지금까지 연소기구개량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며 하향식 연소 장치를 소개했습니다.
1969년 12월3일자 경향신문 6면
재래식 연소기구는 공기구멍을 하나 내어 밑에서 위로 공기를 공급하는 상향식이었습니다. 이 경우 발생되는 일산화탄소는 연탄상층부의 온도가 착화 당시 또는 탄을 갈아넣을 때 일산화탄소의 연소온도인 섭씨 617도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출됐습니다. 그러나 하향식에선 상향식과는 정반대로 불이 위에서부터 타내려 오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의 연소율이 높아 가스 제거 성능이 높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 또한 완전한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기사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소 대학 연구소와 연탄제조업자 개인발명가들이 분야 별로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 완전하다고 인정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둘째로 화학적인 방법. 독이 없거나 상당부분 제거된 연탄(화학탄)을 개발하는 것이었죠. 화학탄은 연탄에 특정 촉매를 넣음으로써 일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연탄의 불완전연소시간을 단축 또는 완전연소를 촉진시킨 것인데요. 당시 실험실에서는 일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화학탄을 만들 수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습니다.
중독 치료 분야에서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신문은 당시 서울의대가 제작한 고압산소발생장치에 주목했습니다. 그해 의식불명 상태인 가스중독자 140명 중 99%가 이 장치로 완치됐다고 합니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경우 희생율이 25%, 후유증환자(기억상실마비증 등)가 20%인 점에 비추어 고압산소에 의한 치료는 놀랄 만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이 서울의대부속병원 딱 한 곳 뿐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탄 가스 중독은 당시 심각한 사회 문제였습니다. 서울에서만도 매년 17만명이 중독되고 80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해 전인 1978년에는 서울시가 이를 막기 위한 시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이 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현상금 1000만원이 걸리기까지 했는데요. 신문에 따르면 이 공모에 23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실효성이 있는 것은 단 한 건도 없어 채택되지는 못했지만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연탄은 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곳곳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난방비를 아껴보고자 연탄을 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탄 가스 중독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도 종종 보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피해자는 저소득층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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