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캄보디아 품은 ‘밥퍼 사랑’에 “어꾼 쁘레아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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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준예 작성일19-12-09 11:20 조회2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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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6일 캄보디아 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식판을 건네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지난 6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20여분을 달려 프놈 끄라움에 도착했다. 동남아 최대 담수호인 톤레삽 호수 곁의 마을이다. 고기잡이와 쌀농사를 하는 주민들이 나무 기둥과 양철 지붕으로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간다.
마을 한복판 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에선 평일 오전 11시30분 밥 굶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이 시작된다. 이날 메뉴는 빵과 밥, 치킨커리와 귤 두 개였다.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62) 목사가 무릎을 꿇고 맨발에 흙투성이인 꼬마들에게 식판을 건넸다. 최 목사가 “갓 블레스 유”라고 말하자 빼빼 마른 아이가 웃으며 “어꾼 쁘레아 예수(감사합니다 예수님)” 하고 식판을 건네받았다.
시엠립 분원 석미자(52) 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오전 11시 초등학교와 유치원 오전반이 끝나고 낮 12시30분 오후반이 시작되기에 11시30분에 배식합니다. 무릎을 꿇고 식판을 건네는 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주는 이가 섬긴다’는 의미입니다. 당당하게 받아가라는 뜻도 담겼습니다. 오늘 300명 아이들에게 빵과 밥을 나눴습니다. 100달러면 굶주린 아이들 300명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건물 벽면엔 100달러 이상 후원자 명단이 있다. 관광이나 연수를 왔다가 하루 일정을 쪼개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빵과 밥을 나누며 후원까지 감당한 이들이 많다. 식당 벽면에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라고 쓴 옛 청량리역 다일공동체 사진이 걸려 있다. 최 목사는 이 문구를 직접 쓴 게 아니라고 했다.
“청량리역 쌍굴다리 오른쪽에 적혀 있던 건데, 건물 없이 14년간 그곳에서 눈비를 맞으며 밥퍼 나눔을 했습니다. 이 글귀는 누군가 몰래 써놓고 간 거예요. 그래서 더 울컥했지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은 기적이 청량리역에서 시작돼 이젠 전 세계 10개국, 17곳 분원에서 매일 5000명 이상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빵과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다일공동체 제공
1988년 11월 11일 창립한 다일공동체는 2년 전부터 국내와 해외 사업을 분리했다. 청량리역 밥퍼와 다일천사병원 영성수련원 등 국내 사역은 다일복지재단이, 캄보디아 네팔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탄자니아 우간다 등 해외 사역은 외교부 등록 ㈔데일리다일이 담당한다. 데일리다일은 밥퍼는 물론 빵을 나누는 ‘빵퍼’와 아동결연 교육지원 지역개발사업 등을 한다. 빵은 밥보다 포장이 쉬워 먼 거리의 아이들도 먹일 수 있다.
지난 5일 시엠립 인근 쓰룩뿌억 마을에선 제빵기술교육센터 준공식이 열렸다. 데일리다일이 경기도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공모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아 건립한 시설로 한 번에 50명씩 3개월 주기로 주민들에게 제빵사 교육을 하며 하루 350~400개의 빵을 구워 주민들에게 나눈다.
쓰룩뿌억 마을엔 지뢰 피해자가 모여 산다. 70년대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 대학살을 몸으로 증거하는 곳이다. 오른쪽 다리 없이 지팡이를 집고 나타난 군복 차림의 주민 사으전다(46)씨는 93년 국경지대에서 미확인 지뢰를 밟았다. 세 자녀를 둔 그는 “애들이 빵 굽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준공식에 동행한 노영상(65) 숭실사이버대 이사장은 “해외에서도 다일공동체처럼 말이 아닌 나눔의 실천을 통해 커뮤니티 즉, 마을목회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제빵교육을 하는 이들 중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분원의 최원삼(26)씨가 있다.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출신인 그는 어머니를 여의고 일곱 살 때 중국 다일공동체 그룹홈에 입소했다. 최 목사의 도움으로 포항 선린대 호텔외식계열에 유학해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 목사를 아버지라 부르는 최씨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캄보디아에서 빵으로 갚고 싶다”고 말했다.
시엠립(캄보디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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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6일 캄보디아 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식판을 건네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지난 6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20여분을 달려 프놈 끄라움에 도착했다. 동남아 최대 담수호인 톤레삽 호수 곁의 마을이다. 고기잡이와 쌀농사를 하는 주민들이 나무 기둥과 양철 지붕으로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간다.
마을 한복판 다일공동체 시엠립 분원에선 평일 오전 11시30분 밥 굶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이 시작된다. 이날 메뉴는 빵과 밥, 치킨커리와 귤 두 개였다.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62) 목사가 무릎을 꿇고 맨발에 흙투성이인 꼬마들에게 식판을 건넸다. 최 목사가 “갓 블레스 유”라고 말하자 빼빼 마른 아이가 웃으며 “어꾼 쁘레아 예수(감사합니다 예수님)” 하고 식판을 건네받았다.
시엠립 분원 석미자(52) 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오전 11시 초등학교와 유치원 오전반이 끝나고 낮 12시30분 오후반이 시작되기에 11시30분에 배식합니다. 무릎을 꿇고 식판을 건네는 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주는 이가 섬긴다’는 의미입니다. 당당하게 받아가라는 뜻도 담겼습니다. 오늘 300명 아이들에게 빵과 밥을 나눴습니다. 100달러면 굶주린 아이들 300명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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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 쌍굴다리 오른쪽에 적혀 있던 건데, 건물 없이 14년간 그곳에서 눈비를 맞으며 밥퍼 나눔을 했습니다. 이 글귀는 누군가 몰래 써놓고 간 거예요. 그래서 더 울컥했지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은 기적이 청량리역에서 시작돼 이젠 전 세계 10개국, 17곳 분원에서 매일 5000명 이상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빵과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다일공동체 제공
1988년 11월 11일 창립한 다일공동체는 2년 전부터 국내와 해외 사업을 분리했다. 청량리역 밥퍼와 다일천사병원 영성수련원 등 국내 사역은 다일복지재단이, 캄보디아 네팔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탄자니아 우간다 등 해외 사역은 외교부 등록 ㈔데일리다일이 담당한다. 데일리다일은 밥퍼는 물론 빵을 나누는 ‘빵퍼’와 아동결연 교육지원 지역개발사업 등을 한다. 빵은 밥보다 포장이 쉬워 먼 거리의 아이들도 먹일 수 있다.
지난 5일 시엠립 인근 쓰룩뿌억 마을에선 제빵기술교육센터 준공식이 열렸다. 데일리다일이 경기도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공모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아 건립한 시설로 한 번에 50명씩 3개월 주기로 주민들에게 제빵사 교육을 하며 하루 350~400개의 빵을 구워 주민들에게 나눈다.
쓰룩뿌억 마을엔 지뢰 피해자가 모여 산다. 70년대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 대학살을 몸으로 증거하는 곳이다. 오른쪽 다리 없이 지팡이를 집고 나타난 군복 차림의 주민 사으전다(46)씨는 93년 국경지대에서 미확인 지뢰를 밟았다. 세 자녀를 둔 그는 “애들이 빵 굽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준공식에 동행한 노영상(65) 숭실사이버대 이사장은 “해외에서도 다일공동체처럼 말이 아닌 나눔의 실천을 통해 커뮤니티 즉, 마을목회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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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 연이은 할인공세를 펼치며 매출 회복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유니클로 명동점을 찾는 고객들 모습. /한예주 기자
4분기에만 네 번째 행사 열어…시민 반응 엇갈려
[더팩트|한예주 기자] "불매운동 시작된 후에 세일을 더 하는 것 같은데 감흥이 없네요."
유니클로 광화문 매장 근처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처럼 불매운동 여파로 비상등이 켜진 유니클로가 실적 반등을 위해 잇달아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추석 해피위크', '15주년 기념 감사제',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 '해피 홀리데이' 등 올해 4분기 들어서만 굵직한 행사가 벌써 네 번째다.
유니클로가 내놓은 극약 처방을 두고 고객들 사이에서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싸늘한 시선과 "불매운동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옹호의 견해 등 엇갈린 견해가 나온다.
◆ 한 달간 지속하는 '해피 홀리데이'…고객 "불매운동 강요 마라"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오는 26일까지 약 한 달간 후리스·다운재킷 등 매주 유니클로의 인기 상품을 특별가에 선보이는 '해피 홀리데이 2019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일까지 '아우터 스페셜 위크'로 꾸며지는 해피 홀리데이 2주 차 프로모션에서는 유니클로의 아우터 상품군 중 스테디셀러(꾸준히 팔리는 제품)로 꼽히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 및 심리스 다운 등이 특별가에 판매되고 있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 동안 <더팩트> 취재진이 유니클로 명동점과 광화문점을 방문한 결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매장 곳곳에 비치돼있는 할인 안내 입간판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품목을 꼼꼼히 살피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으며, 두꺼운 패딩을 이것저것 입어보며 바구니에 옷을 담는 고객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 명동점 계산대 앞에 고객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한예주 기자
특히, 명동점은 마치 불매운동 전처럼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명동 특성상 외국인 고객이 많을 것이란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 고객 수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명동 매장에서 터틀넥을 구매하던 60대 한 여성 고객 "불매운동에 대해 말하기도 지친다. 개인의 선택 아니냐. 왜 이렇게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차갑게 말했다.
광화문 매장에서 숏패딩을 입어보고 있던 30대 한 남성 고객은 "관심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기는 하지만, 솔직히 불매운동에 큰 관심이 없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며 유니클로 방문 이유에 대해 밝혔다.
◆ '개인의 선택'이라지만…일부 시민들 "(구매 행렬) 이해할 수 없어"
'개인의 선택'이라며 구매 의사를 밝힌 고객들의 반응과 달리 매장 밖에서 만난 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유니클로에 대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명동역을 지나가던 20대 한 여성 고객은 "전에는 유니클로를 애용했다. 근데 이제는 꼴도 보기 싫다. 쇼핑하러 명동을 자주 찾는데 매번 한국인들이 유니클로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40대 남성 고객은 "(불매운동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은 존중한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서도 어떻게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사람들의 인식이 좀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유니클로 명동점(위)과 광화문점(아래)에서 고객들이 겨울 아우터를 둘러보고 있다. /한예주 기자
유니클로 경영진의 한국 비하 발언과 전범기·욱일기 티셔츠 판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모욕·조롱 광고 논란 등을 고려하면, 불매운동 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유니클로 일본 본사 한 임원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매출이 급감하자 서둘러 사과에 나서며 태도를 달리한 바 있다.
일부 일본 네티즌들 반응 역시 불매운동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유니클로 시행한 발열 내의 '히트텍' 증정 행사 당시 한국 소비자들의 발길이 되살아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한국은 작심삼일 같은 곳이네" "역시 유니클로 사장의 예언대로군" "불매운동에 질린 게 아니다. 일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불매를 포기한 것이다" "역시 자존심이란 없는 민족이군" 등 조롱 섞인 글을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전우용 역사학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대표적 '혐한' 담론으로 '조선인들은 공짜라면 오금을 못 편다', '조선인들은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같은 말들을 했다. 가난 때문에 생긴 현상을 '민족성' 문제로 치환한 거다. 지금은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은데, 일본 기업이나 일부 한국인이나 여전히 '혐한'을 실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SNS에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줄 서있는 고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한 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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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한예주 기자] "불매운동 시작된 후에 세일을 더 하는 것 같은데 감흥이 없네요."
유니클로 광화문 매장 근처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처럼 불매운동 여파로 비상등이 켜진 유니클로가 실적 반등을 위해 잇달아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추석 해피위크', '15주년 기념 감사제',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 '해피 홀리데이' 등 올해 4분기 들어서만 굵직한 행사가 벌써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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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간 지속하는 '해피 홀리데이'…고객 "불매운동 강요 마라"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오는 26일까지 약 한 달간 후리스·다운재킷 등 매주 유니클로의 인기 상품을 특별가에 선보이는 '해피 홀리데이 2019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일까지 '아우터 스페셜 위크'로 꾸며지는 해피 홀리데이 2주 차 프로모션에서는 유니클로의 아우터 상품군 중 스테디셀러(꾸준히 팔리는 제품)로 꼽히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 및 심리스 다운 등이 특별가에 판매되고 있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 동안 <더팩트> 취재진이 유니클로 명동점과 광화문점을 방문한 결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매장 곳곳에 비치돼있는 할인 안내 입간판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품목을 꼼꼼히 살피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으며, 두꺼운 패딩을 이것저것 입어보며 바구니에 옷을 담는 고객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 명동점 계산대 앞에 고객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한예주 기자
특히, 명동점은 마치 불매운동 전처럼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명동 특성상 외국인 고객이 많을 것이란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 고객 수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명동 매장에서 터틀넥을 구매하던 60대 한 여성 고객 "불매운동에 대해 말하기도 지친다. 개인의 선택 아니냐. 왜 이렇게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차갑게 말했다.
광화문 매장에서 숏패딩을 입어보고 있던 30대 한 남성 고객은 "관심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기는 하지만, 솔직히 불매운동에 큰 관심이 없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며 유니클로 방문 이유에 대해 밝혔다.
◆ '개인의 선택'이라지만…일부 시민들 "(구매 행렬) 이해할 수 없어"
'개인의 선택'이라며 구매 의사를 밝힌 고객들의 반응과 달리 매장 밖에서 만난 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유니클로에 대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명동역을 지나가던 20대 한 여성 고객은 "전에는 유니클로를 애용했다. 근데 이제는 꼴도 보기 싫다. 쇼핑하러 명동을 자주 찾는데 매번 한국인들이 유니클로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40대 남성 고객은 "(불매운동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은 존중한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서도 어떻게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사람들의 인식이 좀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유니클로 명동점(위)과 광화문점(아래)에서 고객들이 겨울 아우터를 둘러보고 있다. /한예주 기자
유니클로 경영진의 한국 비하 발언과 전범기·욱일기 티셔츠 판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모욕·조롱 광고 논란 등을 고려하면, 불매운동 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유니클로 일본 본사 한 임원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매출이 급감하자 서둘러 사과에 나서며 태도를 달리한 바 있다.
일부 일본 네티즌들 반응 역시 불매운동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유니클로 시행한 발열 내의 '히트텍' 증정 행사 당시 한국 소비자들의 발길이 되살아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한국은 작심삼일 같은 곳이네" "역시 유니클로 사장의 예언대로군" "불매운동에 질린 게 아니다. 일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불매를 포기한 것이다" "역시 자존심이란 없는 민족이군" 등 조롱 섞인 글을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전우용 역사학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대표적 '혐한' 담론으로 '조선인들은 공짜라면 오금을 못 편다', '조선인들은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같은 말들을 했다. 가난 때문에 생긴 현상을 '민족성' 문제로 치환한 거다. 지금은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은데, 일본 기업이나 일부 한국인이나 여전히 '혐한'을 실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SNS에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줄 서있는 고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한 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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