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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포토기획] AI시대의 '그림자', 예지동 '시계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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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반솔린 작성일19-10-28 05:53 조회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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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 골목에서 박종현 장인이 기계식 명품 중고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적막 속 째깍째각'…사람 숨소리가 그리운 예지동 시계골목

60년 전통의 서울 예지동 시계 골목 박종현 장인, 열정과 자부심으로 34년 버텨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단어들이 낯설지 않는 시대가 왔다. 급변하는 사회와 과학의 발전은 실제와 가상이 결합돼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산업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생활패턴은 간소화되고 우리는 질 좋은 삶을 영위하게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웃을 일만 있을까?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게 세상의 이치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계가 인간의 업무까지 자연스럽게 대체하면서 많은 직업군이 점차 사라지게 됐다. 아날로그 기계식 시계를 고치는 수리공도 예외는 아니다.

구슬비가 내리던 지난 7일, 60년 넘게 전통을 이어가는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을 찾았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친 기억은 있지만, 시간을 내 그곳에서 초침소리를 느낀 적을 처음이다. 생각보다 시계수리점을 방문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곳곳의 시계방은 셔터를 내렸고, 시계수리공들은 적막한 분위기가 익숙한 듯 보였다.

골목을 지나던 중 여유롭게 신문을 보는 한 시계방 장인과 마주쳤다. 33년간 예지동 시계골목에서 '영신사'를 운영하는 박종현 장인이다.

예지동 시계골목의 월요일.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시계방을 방문한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골목 중심에 자리한 시계수리점 '영신사'. 그곳에서 만난 33년 경력의 박종현 장인.

수십 년은 더 시계를 잡고 싶다던 그는 1986년도부터 전통이 깃든 예지동 시계골목을 지키고 있다.

손님의 귀한 발걸음은 박종현 장인을 미소짓게 한다.

기계식 시계의 심장을 매만지고 다시 숨 쉬게 하는 예지동 시계골목의 수리공들.

박종현 장인은 "(예지동) 시계골목 수리공들 30~40년의 경력은 기본이다. 다들 이일을 많이 사랑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상권 발전을 위해 틈틈이 고민도 나누고 있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비록 손님은 줄고 있지만, 주변 시계공들의 표정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1986년도 예지동에 입성한 박종현 장인. 그는 시계의 매력에 빠져 5년간 무보수로 시계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영신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90년도 들어서면서 시계 산업이 주춤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시계를 놓지 않았다.

전통을 잃어가는 예지동 시계골목. 유동인구가 적어 많은 시계방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다.

호탕한 미소를 보이던 박종현 장인. 하지만 최근 점점 줄어드는 일감을 생각하면 어두운 표정을 감출 수 없다.

어둠이 와도 불 꺼지지 않는 시계골목. 시계를 잡은 순간, 박종현 장인의 시간은 멈춘다.

숫자로 나열된 오래된 시계부품들. '영신사' 내부에는 그의 33년간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의 작업 공간을 보니 시계 골목에서의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박종현 장인과 대화의 꽃을 필 때쯤, 동료 시계공이 그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멈춰있는 명품시계를 건넸다. 시계를 건네받은 박종현 장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리를 마치고 동료에게 던졌다. 동료는 취재진에게 "(박종현 시계공은) 장인 중에 장인"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계골목을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하나의 기계식 손목시계' 같았다. 시계 안 부품은 백여 개에 달하고 깨알 같은 금속들이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시계골목 장인들은 서로의 실력을 공유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틈틈이 다과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얻고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

동료 시계수리공이 박종현 장인을 찾아 도움을 얻고 있다. 그의 정밀한 눈은 예지동에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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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을 감는 기계식 시계는 보통 5년 주기로 '오버홀'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즉, 시계를 분해하고 세척해 다시 시간을 맞추는 과정이다. 오버홀처럼 그는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혹자는 '시계수리공'이 곧 사라질 직업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의 밝은 미소만큼 오랜 시간동안 '죽은 시계에 숨 불어 넣는 장인'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thelong0514@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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