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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산불 현장에 둥지 튼 ‘사랑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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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반솔린 작성일19-04-15 13:57 조회2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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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비타트 강원도 주택 지원한국해비타트 관계자들이 12일 크레인을 이용해 이동식 목조주택 1채를 원암교회에 내리고 있다. 고성=송지수 인턴기자

지난 4일 저녁 7시 17분쯤 강원도 고성군에 갑자기 불어 닥친 산불이 3대 7명이 모여 앉은 식탁까지 덮쳤다. 당시 교회 1층에서 식사 중이던 원암교회 담임 이격호(44) 전도사 부부와 노부모, 아이 셋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섰다. 이 전도사는 아이들을 먼저 차에 태웠다. 79세의 고령으로 평소 운전을 하지 않는 아버지도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7명의 식구는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황급히 삶의 터전을 빠져 나왔다. 차 위로 불똥이 폭탄처럼 쏟아져 천장을 때렸다.

불탄 밥그릇이 당시 긴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고성=송지수 인턴기자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지난 12일 원암교회를 방문했다. 1층 한쪽 면은 화마가 할퀴고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입구가 검게 그을린 채 전소됐다. 창문은 군데군데 깨져있었고 창틀은 그을리고 엿가락처럼 휘었다. 나무로 된 벽체는 거품이 나 있고 단열 천장은 비닐처럼 녹아내려 눌어붙어 있었다.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말해주듯 식탁엔 밥과 국이 그대로 시커먼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 전도사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 이내 착잡한 듯 교회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6살, 4살배기 자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말을 할 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막내는 태어난 지 3주밖에 안 됐다. 부인은 산후조리를 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을 챙기며 수습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5일, 현지로 급파돼 실사 조사를 벌인 한국해비타트는 이 전도사의 소식을 접했다. 대책 회의를 거쳐 이 전도사 가정에 이동식 목조주택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마침 충남 천안 한국해비타트 목조건축학교에서 제작해 둔 주택 2채가 있었다.

손미향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왼쪽 첫번째)과 탤런트 권오중 홍보대사(세번째)가 나무 계단을 조립하고 있다. 고성=송지수 인턴기자

11일 새벽 1시 천안에서 출발한 이동식 주택은 12일 아침 7시쯤 고성군 현지에 도착했다. 곧바로 하차 작업에 들어가 온종일 전기 및 급수 설비부터 계단 설치 작업이 이어졌다. 김시흥 사랑감리교회 목사 등 4명의 동료 목회자들은 이날 현장을 방문한 탤런트 권오중 홍보대사와 함께 직접 공구를 들고 작업을 도왔다.

이 전도사는 “안정적인 거처를 갖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고 마음에 안식을 주는지 몰랐다”며 한국해비타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입주까지는 열흘이 더 걸릴 전망이지만 이 전도사는 주거 지원을 빨리 받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 고령인 지역 주민들은 주변 콘도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 머물며 정부로부터 정확한 피해 규모가 확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전까진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복구작업을 할 수가 없다. 곧 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 전도사도 “노부모와 어린 자녀들로 인해 마을 어르신들보다 먼저 이런 지원을 받게 된 것이 송구하다”면서 “앞으로 이곳 목조주택을 원암리 산불피해 대책본부로 활용하며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해비타트도 하루속히 피해주민들을 위한 주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원사들의 협력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현지 가정과 교회에 점차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윤형주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무엇보다도 주택 복구가 시급한 가정을 중심으로 재난대응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주민들을 도와달라”며 국민들의 관심과 후원을 호소했다.

고성=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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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goldpy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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