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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보나 작성일20-10-16 13:02 조회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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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승강장에 도착한 지하철에서 사람 대신 배추가 우르르 내려집니다.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배추를 사가고요. 지하철역에서 배추를 판다니? 2010년대에 벌어진 일인가 싶지만,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 사회면에 이런 장면을 담은 사진 기사가 실렸습니다.


■2010년 10월16일 ‘배추 대란’이 낳은 풍경

2010년 10월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차량기지. 지하철 5호선 열차에 승객 대신 배추가 가득 탔습니다. 그날 새벽 강원도 대관령에서 출하된 고랭지 배추 3000포기가 열차 8칸에 나눠 실렸는데요. 열차는 광화문역으로 향합니다. 역에 도착하자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빠르게 배추를 내려 좌판을 만듭니다.

그해 공사가 추진한 ‘5678 행복장터’ 모습입니다. 그해 가을 배추 한 포기 가격이 최대 1만5000원까지 오르자, 공사가 시민 부담을 덜기 위해 평창군과 함께 할인 행사를 준비한 겁니다. 이날 공사는 대관령 고랭지 배추를 1망(3포기) 당 9800원에 팔았습니다.

2010년 10월15일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대관령 고랭지 배추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2010년 가을, 이른바 ‘배추 대란’이 식탁을 덮쳤습니다. 그해 9월 말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3800원이었습니다. 재래시장에서도 배추 세 포기가 3만5000원에 판매됐고요.

배추값이 폭등하자 당장 그해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들이 생겼습니다. 식당 등에서 김치를 추가로 달라고 말하면 추가 요금 2000원을 내야 했습니다. 대학이나 기업 구내식당에선 배추김치를 깍두기나 열무김치, 단무지 등으로 바꾸거나 김치 자율배식을 폐지했고요. 김치찌개·김치볶음밥 등 배추가 들어가는 메뉴를 아예 식단에서 빼는 곳도 있었다고 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청와대 주방장에 지시했는데요. 청와대는 “배추값 상승으로 서민의 고통이 커진 데 대해 걱정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말한 거라 했지만, 서민 물가의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당시 양배추 가격도 포기당 9000~1만원 수준으로 배추와 비슷했기 때문이죠.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온라인상에서 일기도 했습니다.


배추값은 왜 그리 치솟았던 걸까요. 여야는 논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4대강 사업 부작용’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전병헌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대강 사업으로 채소 재배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배 이상 줄었다. 4대강 사업 부작용으로 이미 고지됐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상환 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해 4월 ‘4대강 사업과 농촌피해 발표대회’에서 “4대강 사업으로 하천둔치 경작지가 줄면 시설채소 재배 면적이 16.4% 감소해 채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반면 당시 여당 한나라당은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배추값 폭등은 고랭지 배추가 폭염과 늘어난 강우량으로 생산량이 약 29% 줄어 발생한 것임에도 야당은 4대강 탓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중간유통업자들의 사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성윤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 “현재 거래되는 배추는 2~3개월 전 산지에서 소위 밭떼기 형식으로 포기당 1000~1500원으로 중간수집상에 의해 사들인 것으로, 소비자가 배추 1포기를 1만5000원에 구입하는 것은 여러 중간유통업자가 개입해 이윤을 남기는 고질적인 농산물 유통과정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배추값을 잡기 위해 중국산 배추 160t을 수입했습니다. 대형마트들도 자체적으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싸게 팔았죠. 국산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4000원대로 떨어지는 등 빠르게 안정됐지만, 오히려 물량이 많아져 농가는 다시 가격 폭락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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