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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언주 작성일20-11-19 07:01 조회5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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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맨 오른쪽),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맨 왼쪽)을 거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시라인'의 정점에 있었다는 증언을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더팩트 DB

'사법농단 의혹' 속행 공판…심경 전 심의관 증인신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 접촉해 보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뒤,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음을 판결로 공고히 하려 했다. 이를 위해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통진당 국회의원이 지위 확인 소송을 내자, 사건을 맡은 재판부 심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심경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이같은 대법원의 뜻을 일선 법원에 전할 '전달자' 역할을 했다.

심 전 심의관은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회 의원이 전북도 등을 상대로 낸 퇴직 처분 취소 소송의 재판장인 방창현 당시 전주지법 행정2부 부장판사에 연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자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이었다.

의원직 상실 여부 판단 권한이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논리를 위해선 소각하(소송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심리하지 않는 판결)가 아닌 본안 판단이 필요했다. 법원행정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에도 이러한 의사를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반정우 부장판사가 이끈 행정13부는 "이들의 의원직 상실은 헌재가 헌법 해석·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으로 내린 결정으로, 법원은 이를 다투거나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는 판시와 함께 각하했다.

심 전 심의관이 이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심 전 심의관은 이 전 실장의 지시가 부담스러웠지만, 거절하기도 부담스러웠다고 증언했다.

검사: 이 전 실장이 방 부장판사에게 연락해서 어떤 입장인지 알아보고, 통진당 소송에 대한 (법원의) 권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법원행정처 입장을 전해달라고 하던가요?

심 전 심의관: 법원에서 판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내부 검토 문건이 있으니 재판에 참조하도록 전달할 수 있으면 해달라고하셨습니다. 얘기하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으면 들어보라는 취지였습니다.

(중략)

검사: 당시 증인은 각하가 아닌 본안 판단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전달해달라는 이 전 실장의 요구가 어려웠지만 거부하기 힘들었습니까?

심 전 심의관: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자신의 사무실에 복귀한 심 전 심의관은 고민 끝에 대학교·사법연수원 동기인 방 부장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검사: 증인은 이 전 실장의 지시를 업무적 지시로 이해해 이행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행하더라도 지시 내용을 그대로 일선 재판장에 전달하는 건 곤란해 사무실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연락했죠?

심 전 심의관: 그런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검사: 그래서 방 부장판사에게 연락했을 때 말을 횡설수설하기도 했죠?

심 전 심의관: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심 전 심의관이 부담을 느끼고 고민한 이유는, 이 전 실장의 지시가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을 침해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법관 인사권을 쥔 법원행정처에서 특정 결론이 적절하다고 검토했다는 사실을 전달만 해도 일선 법원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2014년 12월 박한철(왼쪽에서 다섯번째)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고 있다. /더팩트DB

검사는 이러한 지시가 이 전 실장만의 단독 업무는 아니었을 것으로 의심했다. 이 사건 피고인인 박 전 처장, 따로 기소된 핵심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라인'의 정점에 있었다는 증언을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심 전 심의관은 '이 전 실장의 개인 지시는 아니라 생각한다', '윗분들이 통진당 사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등의 말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못했다.

검사: 이 전 실장은 이 사건(통진당)에 윗분들의 관심이 많다면서 증인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습니까?

심 전 심의관: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윗분들이 관심이 있다는 이런 이야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검사: 이 전 실장이 말하는 윗분을 법원행정처장이나 차장으로 이해했습니까?

심 전 심의관: 구체적으로 어느 분인지 말한 건 아닙니다. 직제상 그 위해 차장과 처장이 있는데….

(중략)

검사: 증인은 혹시 이 전 실장의 단독 지시가 아닌 윗분들의 지시라는 점에서 지시를 따른 것 아닙니까?

심 전 심의관: 이 전 실장의 개인 지시라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업무와 관련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피고인들은 이 전 실장의 지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처장 측 변호인은 '윗분들이 직접 전주지법에 연락하라고 했느냐', '윗분들의 관심 사항일 뿐 지시를 내린 건 아니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심 전 심의관은 "이 전 실장은 윗분들이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 전 실장이 처장의 지시사항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라고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윗분'의 범위에 대법원장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심 전 심의관 역시 "이 전 실장이 윗분들이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 윗분이 대법원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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