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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시기에도… 우리 작품처럼 사랑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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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세송 작성일20-05-27 20:34 조회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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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김호영·최재림… 10여 년 만에 다시 출연

金 “엔젤, 슬픔도 기쁨으로 승화

강한 퍼포먼스에 내면도 다양”

崔 “콜린역 다시 하니 설레어

연습때 감정 벅차 힘들때도”


“우리가 지금 사람과의 접촉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저희 작품 이야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극 중 캐릭터들이 각자 상태 때문에 서로를 만질 수 없고, 사랑할 수 없고,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도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최재림)

“맞아요. 원작 오페라인 ‘라보엠(1896년 초연)’은 결핵을 다루고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20세기에 만든 뮤지컬은 에이즈를 이야기했어요. 2020년에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도 어디서 누구로부터 왔는지 모르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니까요. 우리 작품은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공포를 다루며, ‘그럼에도 우리 삶과 사랑은 지속돼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김호영)

지난 21일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김호영(37·왼쪽 사진)과 최재림(35·오른쪽)이 뮤지컬 ‘렌트’에 대해 한 말이다. ‘렌트’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가난을 이기며 피워내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과 희망을 다룬다. 신시컴퍼니에 의해 지난 200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2011년까지 7차례 공연했다. 신시가 9년 만에 다시 작품을 준비해 내달 13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김호영과 최재림은 이번 작품에서 각기 엔젤과 콜린 역을 맡았다. 국내 뮤지컬 계 스타인 두 배우에게 이번 출연은 특별하다. 두 사람 모두 ‘렌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김호영은 2002년 엔젤 역을 맡은 뒤 2004년과 2007년에 재공연했다. 13년 만에 같은 역을 맡은 것. 최재림은 2009년 콜린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 역시 11년 만에 같은 역으로 무대에 섰다.

엔젤은 성 정체성이 모호한 드래그퀸으로, 거리의 악사이다. 에이즈에 걸렸지만, 유쾌한 품성으로 주변을 밝게 만들어준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역시 에이즈 환자인 콜린이 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도와줬다가 사랑에 빠져 동거하게 된다.

“엔젤은 렌트의 상징적 인물이지요.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지만 내면 정서도 다양합니다. 콜린을 비롯한 주변 친구들과 잘 교감하며 슬픔도 기쁨으로 승화하는 캐릭터이지요. 관객 시각에 따라 동성애, 에이즈 등 소재에 반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을 엔젤이 풀어주면서 작품 주제에 공감하게 만들어 주지요.”

김호영은 그동안 엔젤 역으로 세 번 출연했으나 이번 연습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다양한 내면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재림은 이번에 콜린을 다시 맡으며 가슴이 설?다고 했다. “데뷔 때는 무대 경험이 없으니 연기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며 공부하고 수련을 해서 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지요. 그래서 데뷔 때 했던 역할을 다시 한다면 어떻게 다를까, 설?어요. 이번에 콜린 캐릭터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다른 동료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두 배우는 엔젤, 콜린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후배 배우 김지휘와 유효진을 칭찬했다. “지휘 배우는 이국적 외모를 지녔는데, 엔젤이 여성스럽게 예뻐야 한다는 선입견을 벗어나 보이시한 매력을 보여줘서 좋습니다. 저의 엔젤은 분주하고 화려하며 친구들을 직접적으로 챙기는데, 지휘 배우의 엔젤은 관찰자 입장으로 약간 여유가 있다고 할까요.”(김호영)

“유효진 배우는 기본적으로 따뜻한데, 그게 콜린에게 투영되더군요. 저의 콜린이 어른스럽다면, 효진이는 엔젤이 품어주는 어린아이 성격이 있어서 서로 다른 색깔이지요.”(최재림)

두 사람은 이번에 브로드웨이 협력 연출자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두 배우에겐 어색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좀 그랬어요(웃음). 그런데 앤디 연출은 저를 처음 만나니, 어떤 배우인 줄 당연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연출자가 어떤 분인지 보는 기회가 되고요. 센서티브하지 않고 푸근한 느낌이더군요. 테크닉보다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 오디션이었어요.”(김호영)

“호영이 형 말처럼 앤디 연출은 부드럽고 따뜻한 캐릭터이더군요. 제가 노래를 할 때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불러주듯이 해 보라고 주문했어요. 디렉팅 방식이 배우 밑바탕 감성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연습 때 감정이 벅차올라서 힘들 때도 있어요.”(최재림)

김호영은 방송 드라마와 토크쇼에서 활약했고, 앨범도 펴낸 팔방미인이다. 주변에 활력을 주는 게 주된 캐릭터인데, 그는 “앞으로 아주 비극적인 작품에서 결핍이 있는 인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재림은 한국뮤지컬어워드 주연상을 받은 ‘마틸다’의 교장 역할을 다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넥스트 투 노멀’에서 엄마의 눈에 환상으로 보이는 아들인 게이브는 “이제 나이 들어서 할 수 없으니 그저 꿈꿔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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