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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역 중요하지만 피눈물 흘리는 자영업도 헤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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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해승 작성일20-09-12 13:53 조회1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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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완화 여부를 곧 결정해야 할 정부의 고심이 깊다. 지난 두 주간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국민을 생각하면 제한을 풀어야겠지만, 하루 확진자가 9일 연속 100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지난 7일 119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11일 176명으로 되레 늘어나는 흐름이다. 서울 신촌세브란스 등에서의 산발적 집단감염이 여전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 고충도 이해가 간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14개국 대상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감염병 확산’을 국가의 중대한 위협으로 가장 많이(89%) 지목했을 만큼 국내에선 재확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역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강화된 거리두기 재연장 결정에 앞서 경제·민생에 미칠 파장을 꼼꼼히 살펴줬으면 한다. “코로나에 걸려 죽기 앞서 굶어 죽게 생겼다”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된다. 강화된 거리두기 시행 후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폐업을 고려(알바천국 조사)할 정도로 이들의 생활고가 심각하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자살과 자해, 배달 나갔던 치킨집 사장의 교통사고 사망 등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는 요즘이다. 정부가 4차 추경을 편성해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최대 200만원을 준다지만, 일시적 지원으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방역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대전 등에서 수집한 혈청 1440건의 항체형성 조사결과 발표를 별다른 설명 없이 미뤄, 의료계 일각에선 “결과가 예상과 달라 정부와 조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수도권 영업중단 같은 조치를 매주 일방적으로 발표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극에 달해 있다.

이는 한때 코로나 ‘핫스폿’이었던 미국 뉴욕주가 지난 5월 만든 총 156쪽 분량의 매뉴얼 ‘뉴욕 포워드’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뚝심 있게 일상생활을 유지한 스웨덴의 확진자 수가 확연한 감소세로 돌아선 사례도 있다. 국민은 힘든 상황에서도 방역에 대한 믿음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혹여라도 방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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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폭로사이 줄타기...회고록의 정치학
블레어 전 총리 3년간 공들여 쓴 '여정'
이라크 침공-9·11 테러 등 솔직한 평가
주치의가 집필한 '마오쩌둥의 사생활'은
향락 집착 등 왜곡된 '마오 신화' 폭로
카스트로 경호원도 '권력자 두얼굴' 알려
'기록을 위해서' 펴낸 캐머런 전 총리
후임자였던 존슨 현 총리 조롱·맹비난
올랑드 대통령 동거녀도 말바꿔 논란
"정치인들 회고록은 황금알 낳는 거위"
오바마·볼턴 등 저서 돈벌이용 지적도

[서울경제] 회고록은 살아 있는 정치 권력자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지만 왜곡된 역사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가 높아 박수를 받는다. 이런 평가는 회고록을 긍정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 관점에서 회고록은 ‘정치보복 최후의 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공방을 벌이다 현실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서 가장 마지막에 집어 드는 무기라는 것이다. 이는 회고록이 사실을 담았다고 해도 본인 주장에 기운 ‘기억’에 의존한 한계가 있는 탓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회고록이 최근 질타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수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출간한 회고록 ‘기록을 위해서(For The Record)’에서 자신의 후임자이자 정적이었던 보리스 존슨 현 총리를 맹비난했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유럽연합(EU) 탈퇴 운동을 지지한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심지어 존슨 총리가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자주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고민은 ‘무엇이 내게 최선의 결과인가’였다”고 조롱해 영국 정치권을 뒤집어놓았다.

영국 언론들은 이 회고록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2010년 취임한 캐머런 전 총리가 정치위기를 타개하려고 시도한 국민투표에서의 패배로 6년여 만에 사임한 데 따른 불만을 담은 정치적 복수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주요 외신들도 역사적 가치는커녕 전형적인 보복심리가 만들어낸 회고록 출간이라고 지적하며 동참했다.

심지어 캐머런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혀 영국 왕실의 질책까지 받았다. 버킹엄궁은 이례적으로 엘리자베스 여왕과 나눈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것은 민감한 헌정 문제에 대한 비밀 침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후 그는 공개적인 정치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언론 인터뷰도 일절 응하지도 않으면서 정치권 중심에서 사라져갔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공개하며 정치권 대립을 초래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큰 박수를 받은 회고록도 많다. 2010년 발간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베스트셀러 회고록이 그렇다. ‘여정( A Journey)’이라는 제목의 이 회고록은 블레어 전 총리가 3년간 공들여 쓴 책으로 출간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당위성에 대한 강경한 입장, 미국 전현직 대통령 등 정치인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고사 이야기, 9·11 테러 관련 일화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블레어 자신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책에서 그는 “사담 후세인이 유엔의 무기사찰을 집요하게 방해했고,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식량과 의약품을 수입하는 대신 무기를 구매하는 등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시켰다”며 “이라크의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었으므로 후세인을 제거한 전쟁은 정당했다”고 평가했다. 죽은 후세인에게는 불편한 사실이지만 미국으로서는 고맙기만 한 회고록이다.

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으로 과거사를 윤색한 내용이라는 혹평도 받았지만 역사를 바로 세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칭찬도 받았다. 그는 한국전 당시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유를 정확하게 밝혔다. 그는 회고록에서 “만약 미군이 평원(평양~원산)선에서 진격을 멈췄더라면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미군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겼다. 이에 따라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밝혔다. 당시 권력자들의 잘못된 셈법이 한국전을 남북으로 나누는 역사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반성을 담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대 최고 권력자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소개해 세간의 이목을 끈 회고록도 있다. 22년간 중국 마오쩌둥의 주치의였던 리즈쑤이 박사의 회고록 ‘마오쩌둥의 사생활’은 왜곡된 마오 신화를 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리즈쑤이는 혁명 동지들을 포함해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문화혁명과 대약진운동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이 권력 유지와 개인 향락에 집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책에서 “마오를 옆에서 오래 지켜보면서 환멸과 절망만 느껴 마오의 독재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피델 카스트로의 경호원을 지낸 후안 레이날도 산체스의 회고록 ‘피델 카스트로의 숨겨진 삶’ 역시 카스트로의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그는 카스트로가 값비싼 목재로 만든 요트를 타고 호화 별장을 찾아가기를 즐긴 목격담을 공개했다. 시가 상자에는 담배 대신 다이아몬드를 숨겼고 남미 마약 조직들의 마약 밀매를 도와 돈벌이를 했다고 언급했다. 여비서, 비행기 승무원, 통역사와 관계를 맺어 9명의 혼외 자식을 뒀다는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은 전 세계가 다시 회고록 정치학에 주목하게 했다.

다만 회고록의 또 다른 단면을 주목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회고록을 통한 정치적 부정적 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말 바꾸기가 빈번해 사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1978년 출간한 ‘영원한 해군-다음 세대를 위한 이야기’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직접 위안소를 설치해 운영했고 큰 고통을 느꼈다고 고백했다가 1997년 강제동원이 아니라고 말을 바꿔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동거녀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가 2014년 회고록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을 조롱했다며 재임 시절과 반대로 말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역사적 평가와 정치적 보복 같은 사료적 가치가 아닌 저자들이 말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본색이 숨겨졌다는 지적도 있다. 볼턴의 회고록은 100만권 이상 팔리며 그에게 50억원에 가까운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막대한 수익을 올려줄 황금알이라는 출판계의 평가와 부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통하면서 회고록이 돈벌이용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 2017년 3월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회고록 판권이 6,000만달러(약 652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전임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마이 라이프(판권료 1,500만달러),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결정의 순간들(1,000만달러)’보다 훨씬 높은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낙원 테티아로아섬의 호화 리조트에서 집필한다고 전했다. 또 ‘자본주의자 버락 오바마’라는 사설에서 ‘그가 돈을 벌게 내버려두자’는 제목을 달아 비꼬기도 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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