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8월 23일 일요일(음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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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조직폭력배 생활과 7여년 간의 옥살이를 청산하고 부산 부산진구에서 아귀찜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아들 최준후(40)씨와 그의 어머니 변미자(60)씨. /부산=조탁만 기자

7년 옥살이 최준후씨 "눈 떴을 때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게 맞다"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아들아, 지금까지 살면서 진달래꽃이 이렇게 예쁜 지 처음 알았다."

20여년 동안 조직폭력배 생활과 7여년 간의 옥살이를 청산하고 부산 부산진구에서 조그만 아귀찜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아들 최준후(40)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어머니 변미자(60)씨의 말이다.

21일 아귀찜 식당에서 모자를 함께 만났다.

변씨는 "조직 생활을 접고 번듯한 아귀찜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이 기특하고 뿌듯하다"며 "과거 아들이 교도소를 들락날락할 때는 지인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이제야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본다. 꽃이 이렇게 예쁜 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말을 듣고 울었다.

최씨는 지난 2003년 조폭 생활에 발을 디뎠다. 처음엔 부산지역 20세기파에 몸 담았다가 2007년 초쯤 칠성파로 옮겼다. 칠성파로 옮기고 나서 영화 ‘친구’ 유오성의 실존 인물인 A씨를 만났다. 최씨는 "지금도 A씨를 이른바 ‘아버지’로 모시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스물세살 때 김해교도소에서 A씨를 처음 만났고, 출소 후 A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식당에도 두 번쯤 찾아오는 등 아직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조직 생활을 해오던 최씨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투병하면서다. 2016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최씨 아버지가 부산진구의 한 병원에 입원할 당시 같은 층엔 칠성파 두목 이강환(당시 76세)씨도 입원 치료 중이었다.

한 명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또 다른 한명은 조직의 ‘아버지 격’인 두목이다. 최씨는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병문안을 다녔다.

하지만 최씨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초라한 병상을 지키며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조직 선후배들이 회장님(이강환씨)께 병문안을 오갈 때 괴리감이 생기면서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당시 밥 먹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고, 병원비도 지인들에게 겨우 빌려 납부했다"며 "이 때부터 가난했던 집을 일으켜 세울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최준후씨는 어머니에게 아귀찜 요리를 배워 지인이 운영하는 밀면집에 얹혀 ‘아귀찜 배달’을 처음 시작했다. 사진은 자신의 가게에서 아귀찜 요리를 하는 모습. /부산=조탁만 기자

그러나 현실은 막막하기만하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갈비탕 요리를 배워봤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 변씨에게서 아귀찜 요리를 전수받아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밀면집을 운영하는 지인 가게에 얹혀서 ‘아귀찜 배달’을 처음 시작했다.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4개월 뒤 부산진구에 조그만 아귀찜 가게를 차렸다. 최씨는 "처음 시작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하루 최고 매출 156만원을 올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년 만에 집도 하나 장만했다"고 자랑했다.

최씨 아귀찜 가게가 소문난 이유는 맛뿐이 아니다. 최씨는 유튜브 활동도 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 활동으로 가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씨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고 가게를 찾기도 한다. 4개월만에 6000여명의 구독자가 생겼다"며 "최근엔 강원래·김송 부부 등 마음 맞는 구독자와 함께 생일 파티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내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 아귀찜 가게를 50여개쯤 구축하는 게 목표다. 특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청소년들에 대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처음 아무런 생각없이 조직에 몸담았다.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서 살아보니 그냥 땀 흘리면서 살고, 눈 떴을 때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되길 바란다"며 "부산진구에서 아귀찜 장사를 한지 어언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다보니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고아원 등에 봉사활동도 하며 온정을 베풀고 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 최씨는 어제도 오늘도 어머니 말을 계속 곱씹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최씨에게 "아들아, 네가 여름에 교도소에서 살 때면 마음이 아파 에어컨 바람을 쐴 수도 없었고, 겨울에 교도소에 들어가면 차디찬 마루 바닥에서 잠을 잘 너를 생각해 보일러를 틀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변미자씨는 아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지난해 드디어 집에 에어컨을 들였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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