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침대는 가구 아닌 과학' 광고 카피가 사라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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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묵환란 작성일20-08-13 22:13 조회2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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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등에 업은 그 사이
하늘을 가로지르던
참새 떼가 전깃줄에 앉았다
좁다랗게 뿌리내린
양 끝 전봇대 마다하고
그 사이 어디쯤
제 때의 노래를 지저귀고 있다
바람에 흔들려도
시간을 등에 업은 듯
산들거리는 능소화
안에 해를 품은 주황빛이
둥근 미소의 파문을 흩뿌린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 그래서, 팩트가 뭐야? 궁금하면 '팩플'
▶ 세상 쉬운 내 돈 관리 '그게머니'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66)
동물 유치원에 오리, 토끼, 참새가 엄마 손에 이끌려 공부하러 모였다. 수영 시간에는 오리가 제일 빨랐고, 등산 시간에는 토끼가 오리를 따돌렸다. 노래 시간에는 참새가 음악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토끼는 아예 아무 소리도 못 내었다. [사진 pixabay]
시간을 등에 업은 그 사이
하늘을 가로지르던
참새 떼가 전깃줄에 앉았다
좁다랗게 뿌리내린
양 끝 전봇대 마다하고
그 사이 어디쯤
제 때의 노래를 지저귀고 있다
바람에 흔들려도
시간을 등에 업은 듯
산들거리는 능소화
안에 해를 품은 주황빛이
둥근 미소의 파문을 흩뿌린다
해설
얼마 전에 선종한 차동엽 신부의 글과 강연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 많다. 특정 종교 내용을 위주로 강연하기보다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 많아서 그렇다.
차동엽 신부의 글 중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미국 강연여행 중에 교포들에게 한국어로 “동포 여러분, 행복하세요?”하고 물으면 어디를 가나 약간 뜸을 들이고 마지 못해 “예”라고 작은 소리로 대답한단다. 그런데 막상 영어로 “Are you happy?”하고 질문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대답한단다. “Yes. I’m happy.” 두 질문이 그 의미가 똑같은데 대답하는 자세와 내용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차 신부는 이런 체험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한국어는 돌아가는 말이 네모나서 진지하고, 영어는 돌아오는 말이 둥글어 ‘해피’한 것 같다.” 우리 언어생활이 지나치게 진지해 비유를 받아들이는데 약점이 있는 것 같다는 소회다.
몇 년 전에 한 침대회사 광고 문구가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는 카피였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알아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시험에서 오답을 내었다. 그러자 학부형들이 들고일어나 문제를 삼았다. 언론에서도 이 광고문구가 정확한 사실을 오도할 수 있다고 보도해 결국 그 광고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나라 언어습관과 사회가 얼마나 편협 되고 ‘비유’에 인색한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심지어 방송에서 개그 프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풍자와 유머를 제대로 사용하고 이해하려는 풍토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소재에 제약을 받은 개그맨이 도리어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의식이 깨어있고, 제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유에 약한 사람이 오히려 비교에 강할 수 있다. 특히 남과의 비교에 열을 올린다. 남과 비교할 때 우리는 불행해지기 쉽다. 비교는 은연중에 줄 세우기를 강요한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소속을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감을 준다. 사실 비유는 여러 속성 중에 하나만 맞아도 적용할 수 있다. 비유는 뚜렷한 대상이 없으므로 부담이 없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아도 누구나 그러려니 한다.
"비유는 비전을 품지만, 비교는 비극을 낳는다."
동물 유치원에 오리, 토끼, 참새가 엄마 손에 이끌려 공부하러 모였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즐거운 방과 후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영 시간에는 오리가 제일 빨랐고, 등산 시간에는 토끼가 오리를 따돌렸다. 노래 시간에는 참새가 음악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토끼는 아예 아무 소리도 못 내었다.
토끼가 수영을 못한다고 극성쟁이 엄마가 수영대표팀 코치에게 개인교습을 해준들 오리를 이길 수 없다. 등산 시간에 토끼에게 뒤떨어졌다고 오리의 발을 성형수술 해준들 제대로 달리 수나 있을까. 노래 못 부르는 토끼에게 성대 수술을 해 주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냥 자기가 잘 하는 일에서 성공체험을 가지고 살면서 타인이 잘하는 거에는 박수를 쳐주는 게 올바른 길이다. 그런 삶이 자존감이 높은 삶이고, 바로 비유의 삶이다. 한낱 비교의 삶이 아니다. 비교할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면 자신이 본래 가진 능력마저 퇴보하는 우를 범한다.
가장 현명한 처사는 남과 비교할 게 아니라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여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비유의 비전을 여는 방법이다. 그럴 때 그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삶은 늘 쫓기듯이 살게 된다. 달음질하듯 헉헉대며 산다. 시간에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걸음걸이도 경보하듯이 궁둥이를 씰룩이며 걷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국가보다 뒤쳐졌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쉼 없이 달려왔다. 모든 걸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잠재의식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여행을 가서도 느긋하게 즐기기보다 깃발을 앞세우고 몰려다니며, 증명사진을 찍고 한 군데라도 더 들러보려고 시간을 재촉하였다. 휴가가 느긋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인 시간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전투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 낭비의 시간을 보냈다.
잠투정하는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의 발걸음을 떠올려보자. 그는 빠른 걸음이 아니라 적당히 등을 얼려가며 천천히 걷는다. 손으로는 아기 엉덩이를 토닥이며 가벼운 콧노래도 흥얼댈 것이다. 조만간 엄마의 발걸음 속도와 아기의 심장 뛰는 리듬이 동조화해 아이는 세상 편하게 꿈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시간은 앞서 가려하면 뒤에 오는 시간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시간을 타고 가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럴 때 시간에 대해 나의 속도는 ‘0’이다. 그러면 시간은 흘러가지 않은 셈이다. 시간에 업힌 것이다. 굳이 남을 의식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나와 만물이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차동엽 신부의 글 중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미국 강연여행 중에 교포들에게 한국어로 “동포 여러분, 행복하세요?”하고 물으면 어디를 가나 약간 뜸을 들이고 마지 못해 “예”라고 작은 소리로 대답한단다. 그런데 막상 영어로 “Are you happy?”하고 질문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대답한단다. “Yes. I’m happy.” 두 질문이 그 의미가 똑같은데 대답하는 자세와 내용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차 신부는 이런 체험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한국어는 돌아가는 말이 네모나서 진지하고, 영어는 돌아오는 말이 둥글어 ‘해피’한 것 같다.” 우리 언어생활이 지나치게 진지해 비유를 받아들이는데 약점이 있는 것 같다는 소회다.
몇 년 전에 한 침대회사 광고 문구가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는 카피였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알아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시험에서 오답을 내었다. 그러자 학부형들이 들고일어나 문제를 삼았다. 언론에서도 이 광고문구가 정확한 사실을 오도할 수 있다고 보도해 결국 그 광고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나라 언어습관과 사회가 얼마나 편협 되고 ‘비유’에 인색한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풍자와 유머를 제대로 사용하고 이해하려는 풍토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방송에서 개그 프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 KBS 캡처]
심지어 방송에서 개그 프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풍자와 유머를 제대로 사용하고 이해하려는 풍토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소재에 제약을 받은 개그맨이 도리어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의식이 깨어있고, 제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유에 약한 사람이 오히려 비교에 강할 수 있다. 특히 남과의 비교에 열을 올린다. 남과 비교할 때 우리는 불행해지기 쉽다. 비교는 은연중에 줄 세우기를 강요한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소속을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감을 준다. 사실 비유는 여러 속성 중에 하나만 맞아도 적용할 수 있다. 비유는 뚜렷한 대상이 없으므로 부담이 없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아도 누구나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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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기가 잘 하는 일에서 성공체험을 가지고 살면서 타인이 잘하는 거에는 박수를 쳐주는 게 올바른 길이다. 그런 삶이 자존감이 높은 삶이고, 바로 비유의 삶이다. 한낱 비교의 삶이 아니다. 비교할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면 자신이 본래 가진 능력마저 퇴보하는 우를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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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는 다른 국가보다 뒤쳐졌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쉼 없이 달려왔다. 모든 걸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잠재의식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사진 pxhere]
남과 비교하는 삶은 늘 쫓기듯이 살게 된다. 달음질하듯 헉헉대며 산다. 시간에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걸음걸이도 경보하듯이 궁둥이를 씰룩이며 걷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국가보다 뒤쳐졌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쉼 없이 달려왔다. 모든 걸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잠재의식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여행을 가서도 느긋하게 즐기기보다 깃발을 앞세우고 몰려다니며, 증명사진을 찍고 한 군데라도 더 들러보려고 시간을 재촉하였다. 휴가가 느긋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인 시간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전투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 낭비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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