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여성을 ‘옷걸이’로 보려는 부박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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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해승 작성일20-08-15 00:37 조회2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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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애초 천부인권 보장 못받아
모든 인권은 저항으로 쟁취한 것
성희롱으로 여성 인권 침해 못 해
언제쯤 여성성 공격 멈추게 될까 에밀리 데이비슨. 내가 여성으로 이 사회에 살면서 늘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름이다. 1913년 영국 런던의 한 경마장에 뛰어들어 말에 밟혀 죽은 여성이다.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 이 하나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그녀는 목숨을 걸었다. 당시 영국의 신문들은 일제히 그녀의 죽음을 조롱했다. 이에 침묵해왔던 여성들까지 분노하면서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은 격렬하게 일어났다. 수많은 여성이 시위에 참여했고, 체포됐고,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로부터 15년 후 영국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게 됐다. 여성에겐 천부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던 인간의 권리를, 여성들은 자기 손으로 하나하나 쟁취하며 ‘사회적 인격’을 얻었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들이 장악한 사회에서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키며 자기 자리를 만들려면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녀의 비극은 틈만 나면 태클을 거는 세상에서 나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적어도 나는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야 숨이 쉬어지는 순간들도 숱했다.
그건 책임감이기도 했다.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이 자리에 비비고 들어올 수 있었던 건 그렇게 목숨을 걸었던 여성 선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므로, 나도 후배들을 위해 조금은 더 자리를 넓혀놔야 한다는. 그래서 게으를 틈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게으르지 않게 살아온 많은 여성을 안다. 그런데 도대체 여성들이 얼마나 더 부지런해야 세상이 여성에게 조금 더 유순해질까.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걸 놓고 몇 날 며칠을 떠들어대는 광경을 보면서 든 감정은 ‘참 고단하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분노, 혐오, 서글픔이 일어나진 않는다. 사실 이런 일은 일상에서도 체면 모르는 자들의 부박한 대거리나 여성의 옷과 몸을 훔쳐보는 관음증의 형태로 유사 이래 지치지 않고 지속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일이 그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배설하는 데 혈안이 된 천박한 자들의 장난질로만은 보이지 않게 됐다. 우리 사회는 여성을 어떤 식으로든 사물화하려는 의욕이 충만하다. 여성을 한 인간이 아니라 옷걸이로만 보려는 시도, 혹은 그렇게 존재하기만을 바라는 욕망 같은 것 말이다. 에밀리 데이비슨의 죽음을 조롱했던 미디어의 DNA는 여전히 명맥을 이어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 이런 욕망은 노골화됐다. 취임 전부터 옷 얘기로 시작해, 취임 당일에도 온 언론이 옷 얘기로 도배를 하고, 신문 1면까지 대통령 옷 얘기로 채웠던 그 시절 말이다. 빨간 옷을 입었다고 칭찬, 핑크 옷을 입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말 어리둥절했었다.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신문들이 온통 대통령의 옷 얘기로만 지고 샌다는 말인가. 당시에 보다 못해 이런 언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몇 차례 쓰기도 했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거의 남자들하고만 일한다.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왜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자기 사이즈에 안 맞는 옷을 입는가 하는 것이다. 수트는 한 사이즈 커서 자루처럼 입고, 셔츠는 작아서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가 하면 어깨선도 못 맞춘 경우를 많이 본다. 정말 옷에 관심이 있다면 자기 옷을 그렇게 입을까. 그런데 이렇게 자기 옷 사이즈도 모르는 사람들이 여성들의 옷을 놓고는 이러쿵저러쿵 뒷담화를 늘어놓는다. 참으로 기막힌 광경이 아닌가.
이번엔 이에 더해 위험한 광경을 하나 더 보았다. 류 의원의 옷을 비난하고, 성희롱을 일삼은 사람들의 의도와 정체성이다. 이 논란을 확산시킨 건 친여성향의 진보 진영이다. 진보는 평등 이념과 여성 인권의 향상을 주장하며 지지층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 조문을 거부한 류 의원을 향해 성희롱으로 대거리한 것은, 자기 편의 이해관계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언제라도 여성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야만성을 증명한 것이 아닌가. ‘소수자의 보호와 이익’을 말하지 않는 진보, 성추행을 두둔하고 성희롱하며 여성성을 공격하는 진보. 이런 진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상당 기간 입 다물고 있었지만, 언론에 대해서 또 한마디만 하자. 원피스 논란이 지나간 며칠 후에도 류 의원이 수해복구 지원을 다녀오며 “아직도 언론은 옷 얘기만 묻는다”는 SNS를 날렸단다. 말초적이고 천박한 세상의 모든 호기심을 채워주는 게 언론의 일이 아니다. 요즘은 언론사가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 경쟁에 휘둘려 사소한 말초에서 물 먹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며 눈치만 보다간 아주 쉽게 삼류로 떨어질 수 있는 게 언론인이다. 배포 있게 정신 차리고, 눈을 제대로 뜨고,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살면, 부자는 안 돼도 정신과 지성만은 풍요로워지는 직업이 또 언론인이다. 젊어서부터 길을 잘 잡아야 한다. 세상에 카메라와 펜을 들이댈 데가 얼마나 많은데 여성 의원 원피스를 가지고 이런 사달을 일으키는가.
어쨌든 나도 평생을 애쓰며 살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내 자식 또래 여성 후배들에게도 달리는 경마에 스스로 몸을 던진 선배를 기억하며 살라고 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에밀리 데이비슨의 이름이 영영 잊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는 것이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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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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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칼럼 8/15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 이런 욕망은 노골화됐다. 취임 전부터 옷 얘기로 시작해, 취임 당일에도 온 언론이 옷 얘기로 도배를 하고, 신문 1면까지 대통령 옷 얘기로 채웠던 그 시절 말이다. 빨간 옷을 입었다고 칭찬, 핑크 옷을 입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말 어리둥절했었다.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신문들이 온통 대통령의 옷 얘기로만 지고 샌다는 말인가. 당시에 보다 못해 이런 언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몇 차례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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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에 더해 위험한 광경을 하나 더 보았다. 류 의원의 옷을 비난하고, 성희롱을 일삼은 사람들의 의도와 정체성이다. 이 논란을 확산시킨 건 친여성향의 진보 진영이다. 진보는 평등 이념과 여성 인권의 향상을 주장하며 지지층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 조문을 거부한 류 의원을 향해 성희롱으로 대거리한 것은, 자기 편의 이해관계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언제라도 여성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야만성을 증명한 것이 아닌가. ‘소수자의 보호와 이익’을 말하지 않는 진보, 성추행을 두둔하고 성희롱하며 여성성을 공격하는 진보. 이런 진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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