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경제력 집중→인구쏠림→부동산 가격 상승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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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비동 작성일20-07-23 03:43 조회1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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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5년 주기 지역산업연관표 작성해 공표
2010년보다 전체 산출액·수요서 수도권 비중 확대
지역간 교역액 1359조, 14.6%는 서울-경기 교역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우리나라의 수도권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고 취업자중 수도권 비중 역시 50.8%나 됐다. 지역간 교역에서도 서울과 경기간 교역액이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도권 경제력 집중 현상이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 산출액 절반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인구 쏠림으로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 작성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우리 경제의 지역별 구성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비중이 2010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출액 가운데 수도권의 비중은 경기 22.8%, 서울 19.0% 인천 5%로 전체의 46.8%를 차지했고, 최종수요 가운데서는 경기 24.1%, 서울 18.6%, 인천 4.7%로 47.4%를 차지했다. 이는 각각 2010년 대비 2.7%포인트, 0.8%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지역산업연관표는 전국을 지역경제 단위로 나눠 지역간 이출입 및 지역별 산업구조의 특성을 반영해 작성한 투입산출표로, 한은은 매 5년마다 개편하는 기준년 산업연관표의 작성기준에 맞춰 이를 작성해 공표하고 있다.
전체 전업환산기준 취업자 가운데 수도권의 비중은 서울 23.9%, 경기 22.3%, 인천 4.6%로 전체의 50.8%에 달했다. 전업환산 취업자는 시간제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해 고용량 측면에서 측정한 취업자수를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지역 가운데 수도권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도권 경제 집중 현상이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인구 추월 현상을 이끌었다.
통계청은 올해 수도권 인구(2596만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를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인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작된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순유출을 보였지만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며 2017년부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10대와 20대를 넘어 30대에서도 수도권 인구가 순유입을 나타내고 있는 배경에는 이같은 수도권의 경제집중 현상 심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간 교역을 살펴봐도 경기로의 이입이 301조원으로 전체 교역액(1359조원)의 22.2%를 차지하고 서울에서 타지역으로의 이출이 290조원으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간 교역은 전체의 14.8%에 달했다.
서울, 부가가치 창출에 타지역 의존도는 높은편
지역별 최종수요에 의한 생산유발계수는 경남(1.931), 세종(1.931), 광주(1.897)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 투자, 수출 등 국산품 최종수요 1단위가 해당지역 및 타지역에서 유발한 생산액의 크기를 뜻하는 것으로 세종시를 예로 들면 세종에서 발생한 1000만원의 수요 충당을 위해 세종과 그 외 지역에 1971만원의 생산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지역내 생산유발계수는 울산(1.115), 경남(1.102), 경기(1.08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타지역 생산유발계수는 세종(1.166), 대전(1.040), 광주(0.960)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최종수요에 의한 부가가치유발계수는 제주(0.850), 강원(0.848), 대구(0.8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 1000만원의 최종수요로 전체 경제에 850만원의 부가가치를 일으켰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부가가치율과 연동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각 지역 부가가치의 지역내 의존도는 평균 40%로 강원(60.8%), 대구(51.9%), 제주(51.4%) 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대전(42.1%), 서울(41.4%), 세종(41.1%) 등은 타지역 의존도가 높았다. 서울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41.4%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한 것이란 의미다.
지역별 최종수요에 의한 취업유발계수는 제주(14.2), 대구(14.0), 대전(1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내 취업유발계수는 평균 6.6명, 타지역 4.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세종(7.9), 대전(7.0), 인천(5.8) 등은 타지역 취업유발효과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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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5년 주기 지역산업연관표 작성해 공표
2010년보다 전체 산출액·수요서 수도권 비중 확대
지역간 교역액 1359조, 14.6%는 서울-경기 교역
총 산출액 절반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인구 쏠림으로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 작성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우리 경제의 지역별 구성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비중이 2010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출액 가운데 수도권의 비중은 경기 22.8%, 서울 19.0% 인천 5%로 전체의 46.8%를 차지했고, 최종수요 가운데서는 경기 24.1%, 서울 18.6%, 인천 4.7%로 47.4%를 차지했다. 이는 각각 2010년 대비 2.7%포인트, 0.8%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지역산업연관표는 전국을 지역경제 단위로 나눠 지역간 이출입 및 지역별 산업구조의 특성을 반영해 작성한 투입산출표로, 한은은 매 5년마다 개편하는 기준년 산업연관표의 작성기준에 맞춰 이를 작성해 공표하고 있다.
전체 전업환산기준 취업자 가운데 수도권의 비중은 서울 23.9%, 경기 22.3%, 인천 4.6%로 전체의 50.8%에 달했다. 전업환산 취업자는 시간제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해 고용량 측면에서 측정한 취업자수를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지역 가운데 수도권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도권 경제 집중 현상이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인구 추월 현상을 이끌었다.
통계청은 올해 수도권 인구(2596만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를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인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작된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순유출을 보였지만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며 2017년부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10대와 20대를 넘어 30대에서도 수도권 인구가 순유입을 나타내고 있는 배경에는 이같은 수도권의 경제집중 현상 심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간 교역을 살펴봐도 경기로의 이입이 301조원으로 전체 교역액(1359조원)의 22.2%를 차지하고 서울에서 타지역으로의 이출이 290조원으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간 교역은 전체의 14.8%에 달했다.
서울, 부가가치 창출에 타지역 의존도는 높은편
지역별 최종수요에 의한 생산유발계수는 경남(1.931), 세종(1.931), 광주(1.897)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 투자, 수출 등 국산품 최종수요 1단위가 해당지역 및 타지역에서 유발한 생산액의 크기를 뜻하는 것으로 세종시를 예로 들면 세종에서 발생한 1000만원의 수요 충당을 위해 세종과 그 외 지역에 1971만원의 생산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지역내 생산유발계수는 울산(1.115), 경남(1.102), 경기(1.08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타지역 생산유발계수는 세종(1.166), 대전(1.040), 광주(0.960)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최종수요에 의한 부가가치유발계수는 제주(0.850), 강원(0.848), 대구(0.8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 1000만원의 최종수요로 전체 경제에 850만원의 부가가치를 일으켰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부가가치율과 연동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각 지역 부가가치의 지역내 의존도는 평균 40%로 강원(60.8%), 대구(51.9%), 제주(51.4%) 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대전(42.1%), 서울(41.4%), 세종(41.1%) 등은 타지역 의존도가 높았다. 서울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41.4%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한 것이란 의미다.
지역별 최종수요에 의한 취업유발계수는 제주(14.2), 대구(14.0), 대전(1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내 취업유발계수는 평균 6.6명, 타지역 4.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세종(7.9), 대전(7.0), 인천(5.8) 등은 타지역 취업유발효과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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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양승태 86차 공판…'강제징용 소송 지연' 의혹 심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치밀하고 꼼꼼하셨습니다."
2011년 2월~2015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 모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상고심 사건 검토 및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던 김용덕 전 대법관을 이같이 기억했다. 그가 쓴 보고서는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 뜻에 따라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나아가 피해자들이 패소하도록 방안을 검토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거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86차 공판기일에는 황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2013년 김용덕 당시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주심을 맡게 됐다.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소송을 기각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피고 신일철주금이 재상고하며 판단의 공이 대법원으로 되돌아왔다. 이듬해 그는 황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 검토 및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최초 소송 제기가 1997년, 20여년 만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셈이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제시된 황 부장판사의 보고서에는 피해자들의 승소를 꺼린 대목들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2012년 판결에 여러 문제점이 있음", "강력한 이유 대지 않는 이상 판결 파기 어려움", "한일 청구권 협정 효력에 의해 원고 소송을 기각하면 다시 외국 판결을 승인해야 하는 결론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점이 있음" 등의 내용이 쓰였다.
황 부장판사는 이듬해 2월 법관 인사로 법원행정처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는 애초 김 전 대법관에게 "(피고 신일철주금의) 상고 이유와 요지, 결정 등만 간단하게 보고드리겠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인상'과 '느낌'을 토대로 10쪽 분량의 간략한 보고서를 냈으나 김 전 대법관은 성에 차지 않았다. 황 부장판사는 정기 인사 전까지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서들을 써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입장에 따라 강제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현안 추진을 위해 강제징용 사건을 '거래 대상'으로 여겼다는 설명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사건 주심인 김 전 대법관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김 전 대법관은 담당 재판연구관인 진 판사에게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논리를 만들어 내라"고 지시했다.
인천 부평공원에 설치돈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된 조선 노동자들을 기리는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의 모습. /이덕인 기자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선 황 부장판사는 보고서 내용 대부분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의 지시대로 썼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보고서 작성 당시 쟁점은 한일 청구권협정이었다"고 인정했다.
김 전 대법관의 '스타일'이 거론된 것도 이때였다. 검찰은 "통상적인 사건과 달리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쟁점별 심리 사항부터 사건 처리를 언제,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진 판사는 "경위는 잘 모르겠다. 대법관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답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양 전 원장 측 변호인단은 김 전 대법관의 스타일에 집중했다. 변호인은 "제가 들은 평판에 따르면 김용덕 전 대법관은 사건 전체를 꼼꼼히 검토하고 체크하는 스타일"이라며 "다른 대법관보다 검토할 양이 많다는 평판이 재판연구관들 사이에 돈다"고 말했다. 진 판사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변호인은 또 "대법관은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사건의 검토 방향을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관여할 권한이 있다"고 변론했다.
김 전 대법관이 결론을 정해 놓고 업무 지시를 한다고 느낀 적은 없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황 부장판사는 즉답을 피했다. 재판 말미 재판부가 "증인은 이미 2012년 대법원에서 있었던 판결을 왜 쟁점별로 검토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파기환송심 판결로 나온 새로운 쟁점에 대해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김 전 대법관이 퇴임할 때까지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9개월 뒤 대법원은 파기환송 5년 만에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지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이춘식 씨와 여운택 씨, 신천수 씨, 김규수 씨 등 4명이었지만 원고승소 확정을 지켜본 이는 이춘식 씨 뿐이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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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86차 공판…'강제징용 소송 지연' 의혹 심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치밀하고 꼼꼼하셨습니다."
2011년 2월~2015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 모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상고심 사건 검토 및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던 김용덕 전 대법관을 이같이 기억했다. 그가 쓴 보고서는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 뜻에 따라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나아가 피해자들이 패소하도록 방안을 검토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증거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86차 공판기일에는 황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2013년 김용덕 당시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주심을 맡게 됐다.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소송을 기각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피고 신일철주금이 재상고하며 판단의 공이 대법원으로 되돌아왔다. 이듬해 그는 황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 검토 및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최초 소송 제기가 1997년, 20여년 만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셈이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제시된 황 부장판사의 보고서에는 피해자들의 승소를 꺼린 대목들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2012년 판결에 여러 문제점이 있음", "강력한 이유 대지 않는 이상 판결 파기 어려움", "한일 청구권 협정 효력에 의해 원고 소송을 기각하면 다시 외국 판결을 승인해야 하는 결론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점이 있음" 등의 내용이 쓰였다.
황 부장판사는 이듬해 2월 법관 인사로 법원행정처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는 애초 김 전 대법관에게 "(피고 신일철주금의) 상고 이유와 요지, 결정 등만 간단하게 보고드리겠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인상'과 '느낌'을 토대로 10쪽 분량의 간략한 보고서를 냈으나 김 전 대법관은 성에 차지 않았다. 황 부장판사는 정기 인사 전까지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서들을 써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입장에 따라 강제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현안 추진을 위해 강제징용 사건을 '거래 대상'으로 여겼다는 설명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사건 주심인 김 전 대법관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김 전 대법관은 담당 재판연구관인 진 판사에게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논리를 만들어 내라"고 지시했다.
인천 부평공원에 설치돈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된 조선 노동자들을 기리는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의 모습. /이덕인 기자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선 황 부장판사는 보고서 내용 대부분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의 지시대로 썼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보고서 작성 당시 쟁점은 한일 청구권협정이었다"고 인정했다.
김 전 대법관의 '스타일'이 거론된 것도 이때였다. 검찰은 "통상적인 사건과 달리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쟁점별 심리 사항부터 사건 처리를 언제,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진 판사는 "경위는 잘 모르겠다. 대법관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답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양 전 원장 측 변호인단은 김 전 대법관의 스타일에 집중했다. 변호인은 "제가 들은 평판에 따르면 김용덕 전 대법관은 사건 전체를 꼼꼼히 검토하고 체크하는 스타일"이라며 "다른 대법관보다 검토할 양이 많다는 평판이 재판연구관들 사이에 돈다"고 말했다. 진 판사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변호인은 또 "대법관은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사건의 검토 방향을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관여할 권한이 있다"고 변론했다.
김 전 대법관이 결론을 정해 놓고 업무 지시를 한다고 느낀 적은 없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황 부장판사는 즉답을 피했다. 재판 말미 재판부가 "증인은 이미 2012년 대법원에서 있었던 판결을 왜 쟁점별로 검토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파기환송심 판결로 나온 새로운 쟁점에 대해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김 전 대법관이 퇴임할 때까지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9개월 뒤 대법원은 파기환송 5년 만에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지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이춘식 씨와 여운택 씨, 신천수 씨, 김규수 씨 등 4명이었지만 원고승소 확정을 지켜본 이는 이춘식 씨 뿐이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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