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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는 10년 주기설과 5년 주기설이 있다. 먼저 10년 주기설. 과거 집값은 1970년대 말,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등 대략 10년 단위로 급등했다. 1970년대 말에는 중동 특수가, 1980년 말부터는 3저 호황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1990년대 말에는 외환위기 탓에 폭삭 주저앉았지만 2001년부터 살아났다. 10년 주기설로 보면 2010년대 말부터 2020년대 초는 집값이 오르는 시기다. ▼5년 주기설은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시장을 조이기 때문에 첫해에는 아파트값이 내리지만 정권 후반기엔 오르더라는 경험칙이다. 김영삼 정부 1년 차엔 3% 하락했다가 4년 차에 9% 상승했다. 김대중 정부 때도 19% 하락(1년 차), 12% 상승(4년 차) 추세를 이어 갔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예외다. 첫해인 2003년 12% 올랐고, 4년 차 2006년에는 23%로 더 뛰었다. 참여정부의 유지를 계승해서인가? 현 정부의 집값은 노무현 정부 때와 데자뷔를 느끼게 된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5년간 전국의 땅값은 3,123조원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년간 2,054조원 상승했다. 이쯤 되면 평행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1,107조원 올랐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놀랍게도 마이너스 195조원을 기록했다. ▼6·17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기 위해 당정이 마련 중인 후속 조치와 관련, 국민 10명 중 절반가량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 그만큼 멀리 봐야 한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의 셈법은 간단하지 않다. '시장경제원리'가 죽어 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안쓰러운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고통받는 많은 서민이다. '친서민 기조'. 그것을 말하려면 논점을 힘 없는 다수의 개인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맞춰야 한다. 구호만 요란한 '서민 부동산 정책'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일 뿐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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