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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 부진에도 "헐값 매각 안한다" 내부 방침
- 채권단 "급하게 팔지 말아라" 시간 여유 부여
- 클럽모우CC 등 부동산 매각 첫 물꼬 가능성
- 두산솔루스, 밸류업으로 매각가 합리화 박차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수혈받은 두산(000150)그룹이 자산 유동화 새판 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핵심 계열사 매각에 여유를 두는 한편 유상증자와 부동산 자산 처분으로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336370)와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핵심계열사 매각에 여유를 두고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밸류에이션 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헐값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그룹 측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예비입찰에서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 매각전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초 핵심 계열사 매각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매각전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가격 차이를 이유로 잠재적 원매자들이 다수 불참하자 시간을 두고 보자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임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두산중공업(034020)은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자본확충을 실시할 것”이라며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굵직한 자산 매각 이전에 유상증자를 선행할 수 있다고 복선을 제시한 셈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17일 산업은행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매각 기한을 정하면 시간에 쫓기고 실제 생각한 가격 이하에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두산의 자산 매각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홍천에 27홀 규모로 조성돼 있는 클럽모우CC 전경.(사진=클럽모우CC)

두산그룹의 자산유동화는 클럽모우CC와 두산타워 등 부동산 자산이 첫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인수 의지를 보이는 원매자들과 세부 조율만 수월하게 이뤄진다면 두산그룹의 마수걸이 매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채권단에 자산 유동화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핵심 계열사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 선정 이후 실사를 위한 가상데이터룸(VDR)을 개방한 두산모트롤BG 등이 차기 매각 자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금 마련의 큰 축을 맡을 두산솔루스와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시간을 두고 매각 방향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예비입찰에서 고전했던 두산솔루스는 유럽(헝가리) 법인 투자로 매각가의 합당성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솔루스가 오는 10월 헝가리 정부로부터 받을 34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헝가리공장 양산체계 구축에 쓸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안팎에서 쏟아진 유럽 법인에 대한 부담과 우려를 시간을 두고 덜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그룹측이 자산 매각에 여유를 두겠다는 방침이지만 뜻대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지분 36.27%) 매각의 경우 알짜가 빠졌다는 평가에 실제 매각 의지가 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며 “앞선 매각전 흐름을 볼 때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뜻밖의 매각가 상향이나 경쟁 국면으로 흐를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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