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연수 (16) 영성훈련의 꿈, 개신교 최초 수련원으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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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춘살어 작성일20-05-26 01:21 조회2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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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수련원 열고 싶어 강원룡 목사님 찾아가 운영 계획 털어놔김연수 사모가 지난 1월 경기도 가평 설곡리 다일영성수련원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영성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년 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200회를 맞았다.
신혼 초 광장중학교 교사 시절 교감 선생님이 한번은 내게 꿈이 뭐냐고 묻기에 이렇게 답했다. “산 좋고 물 좋고 경관이 수려한 곳에 기도하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들이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침묵의 집’을 짓고 싶어요.”
남편과 결혼하고 수녀복을 벗으면서 개신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찾은 건 영성수련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아이고, 그야말로 꿈이네”라며 혀를 차셨지만, 난 그때 영성수련원에 대한 꿈을 진지하게 꾸고 있었다. 남편 신학교 커리큘럼에도 관련된 내용이 없길래 장로회신학대 오성춘 교수님을 찾아가 “P학점(이수/미이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성수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신학대 교실 하나만 내어 주실 수 있느냐”고 당돌하게 요청했다.
물론 수업이 쉽게 생길 리 없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발로 뛰면서도 영성수련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님은 귀 밝으신 분이셨다.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영성수련의 첫발을 떼게 도우셨다.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강원룡 목사님을 찾아가 “이곳에서 풀려고 들고 온 보따리가 있는데 이러다간 풀어보지도 못하겠습니다”고 운을 뗐다. 강 목사님이 “그 보따리가 뭐냐”고 물으시기에 영성수련 계획을 말씀드렸다.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강 목사님은 시원하게 “한 번 해봐”라고 말씀하셨다.
1980년대 말은 각 교단 신학대마다 영성신학 강의가 막 시작됐던 때였다. 나는 일주일 동안 기도하며 목회자들을 위한 영성수련 프로그램안을 작성했다. 총 4단계로 구성된 수련과정을 우선 수립하고, 단기·중기·장기 수련안을 부가적으로 덧붙인 계획안이었다. 우리나라 1호 영성신학 박사인 가톨릭대 박재만 교수님을 비롯해 한신대 김경재 목사님, 오 교수님 등이 계획안 작성에 도움을 주셨다. 계획안은 크리스챤아카데미 임직원 설명회와 교회 협력위원회, 신학자 협력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프로그램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 어려움도 있었다. 영성수련 프로그램의 기본이 되는 침묵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가 특히 어려웠다. 목사님들은 영성수련 전 과정을 침묵 속에 진행한다는 데 어색해 했다. 대화시간을 갖고 나눔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견해였다. 그러나 나는 깊이 있는 영성생활을 위해선 침묵수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침묵수련은 오직 하나님 한 분에게만 집중하는 훈련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다행히 목사님들의 양보로 이 논쟁은 일단락됐다. “저렇게 고집이 세니, 수녀원에서 10년씩이나 살았지.” 목사님들로부터 칭찬인지 질타인지 모를 말을 들으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영성수련이 좋은 표현인지, 영성훈련이 적합한 표현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영성수련으로 최종 합의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신교 최초 공식 영성수련이 1990년 7월 18일 시작됐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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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수련원 열고 싶어 강원룡 목사님 찾아가 운영 계획 털어놔김연수 사모가 지난 1월 경기도 가평 설곡리 다일영성수련원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영성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년 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200회를 맞았다.
신혼 초 광장중학교 교사 시절 교감 선생님이 한번은 내게 꿈이 뭐냐고 묻기에 이렇게 답했다. “산 좋고 물 좋고 경관이 수려한 곳에 기도하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들이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침묵의 집’을 짓고 싶어요.”
남편과 결혼하고 수녀복을 벗으면서 개신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찾은 건 영성수련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아이고, 그야말로 꿈이네”라며 혀를 차셨지만, 난 그때 영성수련원에 대한 꿈을 진지하게 꾸고 있었다. 남편 신학교 커리큘럼에도 관련된 내용이 없길래 장로회신학대 오성춘 교수님을 찾아가 “P학점(이수/미이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성수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신학대 교실 하나만 내어 주실 수 있느냐”고 당돌하게 요청했다.
물론 수업이 쉽게 생길 리 없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발로 뛰면서도 영성수련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님은 귀 밝으신 분이셨다.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영성수련의 첫발을 떼게 도우셨다.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강원룡 목사님을 찾아가 “이곳에서 풀려고 들고 온 보따리가 있는데 이러다간 풀어보지도 못하겠습니다”고 운을 뗐다. 강 목사님이 “그 보따리가 뭐냐”고 물으시기에 영성수련 계획을 말씀드렸다.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강 목사님은 시원하게 “한 번 해봐”라고 말씀하셨다.
1980년대 말은 각 교단 신학대마다 영성신학 강의가 막 시작됐던 때였다. 나는 일주일 동안 기도하며 목회자들을 위한 영성수련 프로그램안을 작성했다. 총 4단계로 구성된 수련과정을 우선 수립하고, 단기·중기·장기 수련안을 부가적으로 덧붙인 계획안이었다. 우리나라 1호 영성신학 박사인 가톨릭대 박재만 교수님을 비롯해 한신대 김경재 목사님, 오 교수님 등이 계획안 작성에 도움을 주셨다. 계획안은 크리스챤아카데미 임직원 설명회와 교회 협력위원회, 신학자 협력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프로그램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 어려움도 있었다. 영성수련 프로그램의 기본이 되는 침묵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가 특히 어려웠다. 목사님들은 영성수련 전 과정을 침묵 속에 진행한다는 데 어색해 했다. 대화시간을 갖고 나눔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견해였다. 그러나 나는 깊이 있는 영성생활을 위해선 침묵수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침묵수련은 오직 하나님 한 분에게만 집중하는 훈련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다행히 목사님들의 양보로 이 논쟁은 일단락됐다. “저렇게 고집이 세니, 수녀원에서 10년씩이나 살았지.” 목사님들로부터 칭찬인지 질타인지 모를 말을 들으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영성수련이 좋은 표현인지, 영성훈련이 적합한 표현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영성수련으로 최종 합의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신교 최초 공식 영성수련이 1990년 7월 18일 시작됐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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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들 “옷 갈아입고 두 번 찍었다”
2016년(오자로 추정) 7월 6일 진행된 나눔의집 역사관 공개입찰 현장 설명회(왼쪽 사진)와 6일 뒤인 12일 열린 최종낙찰자 선정 설명회 사진. 관계자들은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두 사진 원본 파일은 생성일자가 같다. 독자 제공
후원금 유용이 적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주거복지시설 나눔의집이 과거 전시관 공사 당시 공개입찰을 한 것처럼 사진 등을 조작해 주무관청인 경기 광주시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나눔의집 내부고발 직원들은 “시 보조금 승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5일 나눔의집 공익제보 직원들에 따르면 운영진은 2017년 ‘나눔의집 유품기록관 및 추모관 건립공사 중 내부전시 시설공사’에서 유착 의혹이 있는 업체 N사를 5억1,000만원에 낙찰했다. 최종적으로 이 공사에는 도비 5억5,000만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은 보조금 지원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가종합전자조달 홈페이지 ‘나라장터’를 활용하는 등 공개입찰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보조금을 받는 법인은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참가하는 현장 설명회와 입찰 심사 뒤 최종 낙찰자 선정 이유를 입찰자에게 밝히는 선정 설명회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에는 최소 2일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2017년 7월 12일 하루 만에 현장 설명회와 선정 설명회를 끝마치고도 이런 절차가 약 1주일 동안 진행된 것처럼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 공익제보 직원들에 따르면 7월 12일 N사 대표 A씨와 모인 자리에서 나눔의집 운영진은 ‘7월 6일’이 적힌 A4 용지를 건설현장 앞에 붙인 채 현장 설명회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사무실로 이동해 ‘7월 12일’을 적은 A4 용지로 선정 설명회 사진을 재차 촬영했다. 이 자리엔 나눔의집 전 사무국장 K씨와 이사인 조계종 B 스님 등이 참석했다. A씨와 K씨 등은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도 보였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이 사진들이 ‘공개입찰 증빙 자료’로 첨부된 보고서를 광주시에 보냈지만, 본보가 입수해 확인한 두 사진 원본 파일은 생성된 날이 2017년 7월 12일로 동일했다.
게다가 사무국장 K씨의 수첩에는 ‘7월 12일 오전 현장 설명회 사진건’이란 메모가 기록돼 있다. 당시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나눔의집 공익제보 직원은 “이 사진들은 모두 하루 만에 찍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가 사업비 지급을 위한 사전 승인용인지 사후 증빙용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작은 크기의 사진이 첨부돼있는 등 조작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2016년 7월 작성된 나눔의집 전 사무국장 K씨 수첩 내용. 6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현장설명회가 12일 진행됐다(빨간박스)고 기재돼있다. 독자 제공
공익제보 직원들은 사진 조작이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꼼수’였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가로수 류광옥 변호사는 “실제로는 N사와 일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면서 공개입찰을 통해 입찰자 선정 과정을 거쳤고 낙찰 업체 설명회까지 있었던 것처럼 사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N사는 2019년까지 나눔의집 역사관 관련 사업 대부분을 입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 나눔의집 공사를 수주하며 단 한 번도 나라장터에 공시하지 않았다.
공익제보 직원들은 지난 3월 나눔의집 운영진이 용역사업을 특정 업체에게 몰아주고, 사업비를 부풀려 지급했다며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나눔의집 법률대리인인 양태정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확인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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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오자로 추정) 7월 6일 진행된 나눔의집 역사관 공개입찰 현장 설명회(왼쪽 사진)와 6일 뒤인 12일 열린 최종낙찰자 선정 설명회 사진. 관계자들은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두 사진 원본 파일은 생성일자가 같다. 독자 제공
후원금 유용이 적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주거복지시설 나눔의집이 과거 전시관 공사 당시 공개입찰을 한 것처럼 사진 등을 조작해 주무관청인 경기 광주시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나눔의집 내부고발 직원들은 “시 보조금 승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5일 나눔의집 공익제보 직원들에 따르면 운영진은 2017년 ‘나눔의집 유품기록관 및 추모관 건립공사 중 내부전시 시설공사’에서 유착 의혹이 있는 업체 N사를 5억1,000만원에 낙찰했다. 최종적으로 이 공사에는 도비 5억5,000만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은 보조금 지원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가종합전자조달 홈페이지 ‘나라장터’를 활용하는 등 공개입찰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보조금을 받는 법인은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참가하는 현장 설명회와 입찰 심사 뒤 최종 낙찰자 선정 이유를 입찰자에게 밝히는 선정 설명회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에는 최소 2일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2017년 7월 12일 하루 만에 현장 설명회와 선정 설명회를 끝마치고도 이런 절차가 약 1주일 동안 진행된 것처럼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 공익제보 직원들에 따르면 7월 12일 N사 대표 A씨와 모인 자리에서 나눔의집 운영진은 ‘7월 6일’이 적힌 A4 용지를 건설현장 앞에 붙인 채 현장 설명회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사무실로 이동해 ‘7월 12일’을 적은 A4 용지로 선정 설명회 사진을 재차 촬영했다. 이 자리엔 나눔의집 전 사무국장 K씨와 이사인 조계종 B 스님 등이 참석했다. A씨와 K씨 등은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도 보였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이 사진들이 ‘공개입찰 증빙 자료’로 첨부된 보고서를 광주시에 보냈지만, 본보가 입수해 확인한 두 사진 원본 파일은 생성된 날이 2017년 7월 12일로 동일했다.
게다가 사무국장 K씨의 수첩에는 ‘7월 12일 오전 현장 설명회 사진건’이란 메모가 기록돼 있다. 당시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나눔의집 공익제보 직원은 “이 사진들은 모두 하루 만에 찍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가 사업비 지급을 위한 사전 승인용인지 사후 증빙용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작은 크기의 사진이 첨부돼있는 등 조작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2016년 7월 작성된 나눔의집 전 사무국장 K씨 수첩 내용. 6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현장설명회가 12일 진행됐다(빨간박스)고 기재돼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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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직원들은 지난 3월 나눔의집 운영진이 용역사업을 특정 업체에게 몰아주고, 사업비를 부풀려 지급했다며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나눔의집 법률대리인인 양태정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확인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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