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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경비원과 주민의 갈등은 ‘슬리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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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보나 작성일20-05-12 03:37 조회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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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차 문제로 주민에게 폭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추모제를 준비 중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숨진 경비원 B씨는 지난달 21과 27일 입주민으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지난 10일 오전 자신의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입주민 A씨는 1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모두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어제 아침에 소식을 듣고 입주민 중 한 분이 제안하셔서 아저씨가 근무하셨던 경비실 앞에 향도 꽂고, 추모 글귀도 써 붙일 수 있도록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입주민께서 과일도 갖다 놓으시고, 술도 갖다 놓으시고 국화꽃이나 카네이션까지 갖다 놓으신 상태다”라고 전했다.

A씨는 “(추모글에는) 우선 아저씨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다.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힘을 모아드리겠다는 글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고인에 대해선 “입주민들하고 접촉도 많이 하셨고 사랑도 많으시고 참 따뜻하던 분이셨다”라며 “1년 6개월 정도 근무하셨는데 입주민들이 입을 모아서 얘기하시는 게 너무나 착하시고 성실하시고 무엇보다 순수하신 분이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 이름도 하나하나 기억하시고 예뻐하시고 본인 업무가 아니신데도 우리 주민이 다니는 길은 깨끗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아파트 앞에 정류소까지 청소해 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입주민들 중에 싫은 소리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을 한 번 하신다거나 같이 반격해서 뭐라고 하신다거나 하는 그런 게 전혀 없으셨다”라고 전했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아파트 입주민 C씨로부터 폭행당한 후 억울함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옮기려다 C씨와 시비가 붙었고, B씨는 C씨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B씨 유서에는 ‘억울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B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실도 밝혀졌다.

A씨는 아파트 이중 주차 문제에 대해 “저희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차 대수에 비해서 주차장이 조금 좁아서 평행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들 그걸 알고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 경비 아저씨께서 입주민들 주차를 편하게 들어가고 나가게 하기 위해 같이 정리하는 일을 많이 하셨다. 입주민 간의 평행주차로 인해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같이 지내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경비실에 과일과 경비일지가 놓여있다. (사진=뉴스1)
A씨는 “저희 입주민들은 (C씨가) 경비 아저씨께 화풀이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행패를 일삼고 이렇게 했던 부분을 나중에 듣고 너무 충격받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공동 주택에 서로 살면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저희는 생각해왔는데, 경비 아저씨께서 너무 힘드셨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저씨께서 공포감에 휩싸여서 대응을 잘 못 하시고 희망을 잃으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고 이해했다”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증언이라든지, 필요한 법적 대응 부분을 도와드리고자 끝까지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C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족과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B씨가

처음 아파트에 입사했을 때 슬리퍼를 신은 복장에 대해 지적했는데, 그 이후로 억하심정이 있는지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유독 제 자동차의 이중주차만 문제 삼았다”며 “사건 당일에도 (B씨가) 차를 밀었고, 이를 말리자 위협하는 듯이 제 쪽으로 차를 밀길래 시비가 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실랑이가 있었지만, ‘경비실 화장실에서 코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사실을 말하는 일부 주민과 유족을 상대로 형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이날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 승부’에서 “B씨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업무상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 여러 가지 증거와 증언으로 확인된다”라며 “이 경우에는 과거의 유사 사례에 비춰보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했다.

김소정 (toyst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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