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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보장’ 없는 조선 하청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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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춘살어 작성일20-04-20 23:16 조회2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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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업장 선거일 출근 71% 달해…유급휴일 보장은 4% 그쳐

[김병찬 서용찬 기자(=경남)(design8517@naver.com)]
조선소 하청 노동자 대부분이 선거권 행사를 위한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해 선거일에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하청 노동자의 기본 권리가 더욱 축소돼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3일 동안 ‘조선소 하청 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 온라인 설문을 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경남지역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선거일 유급휴일 등 설문조사 결과 ⓒ금속노조 하청지회

이번 설문 결과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급휴일이었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는 전체 유효 응답자 253명 가운데 10명으로 4%에 그쳐 극히 소수만이 선거권 행사를 위한 유급휴일을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일이 휴일이 아니고 출근하는 날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52%였고,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일이라는 대답도 44%나 됐다.

이는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선거일이 유급휴일이었던 비율 13%와 12%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들어 최근 몇 년 동안 응답자의 고용형태 분표가 큰 차이점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선거 관련 기본 권리가 더욱 축소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조선 하청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96%가 국회의원 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다 보니 실제 선거일에 출근한 비율은 71%에 달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출근 비율 70%, 지방선거 78%와 함께 모두 70% 이상을 나타낸 것이다.

선거 당일 출근한 노동자들 가운데 투표권 보장을 위해 1~2시간 늦게 출근한 경우 그만큼 임금이 공제된 비율도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투표권 보장을 위해 늦은 출근을 했다는 응답은 108명으로 43%였고, 이 가운데 92명인 85%는 유급이 인정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머지 14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은 전국 비율에 비해 높았다. 특히 사전투표율이 35%로 전국 사전투표율 26.7%보다 높았던 것은 유급휴일이 아니고 객지에서 숙소생활을 하는 노동자도 많은 까닭에 사전투표가 아니면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이 지난 2018년 3월 20일 신설됨에 따라 상시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1년 1월 1일부터 전국동시선거일이 법정 유급휴일이 된다.

상시 300명 이상 사업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됐으며, 상시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오는 2022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조선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이면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유급휴일이 보장된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관련 근기법 조항이 신설됐지만 부칙의 경과규정 때문에 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가 돼야 선거일 유급휴일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른바 ‘무법천지 조선소’에서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도 ‘조선소 하청 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법 개정이 실질적인 하청 노동자 선거권 보장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찬 서용찬 기자(=경남)(design8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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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박중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대 의학은 편히 삶을 마감할 기회조차 지워버리고 있다.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최선은 곧 선행’이라는 의사들의 오랜 믿음을 깨뜨렸다. 사건 이후 자기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서둘러 제정됐다. ‘웰빙’ 열풍은 의미 없는 고통을 겪지 않으면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웰다잉’으로 대체됐다. 의료계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질병과 싸우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하던 병원들이 하나둘씩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인간이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의료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존엄한 죽음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하는 것이기에 의학의 힘만으로는 그 역할을 완성할 수 없다.

내게는 잊지 못할 환자가 있다. 25세에 자궁경부암이 온몸으로 퍼진 여성 환자였다. 그는 미혼모 상태에서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를 출산한 후 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아이 아빠는 연락이 끊겼고 이혼한 친부모도 찾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의 항암 치료가 불가능하자 극심한 우울증으로 모든 사람과 대화를 거부한 채 종일 침대에서 울며 죽음을 기다렸다. 우리는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고, 가장 시급한 것은 엄마라는 울타리란 결론을 내렸다. 그 역할은 간병도우미가 맡았다. 사정이 딱하다고 마냥 끌려다니지 않고 심한 응석과 투정에는 야단도 치고 의젓한 모습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마치 친엄마처럼 대했다. 어느샌가 그는 간병도우미를 엄마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시작했다. 투여되던 진통제는 10분의 1로 줄었다.

그는 또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 법을 배워 사진작가처럼 매일 병원의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인화해 갖다주면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선물하며 죽음의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고 평온하게 임종을 맞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로 전원 온 지 42일 만이었다.

물론 모든 환자가 평화로운 마무리를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의 두려움 앞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고 의연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환자를 볼 때마다 인간의 위대함이 단지 생명의 가치에만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삶의 위대함은 존엄한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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