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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총선 직전 '가르고 합치기'…피곤함은 국민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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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도신 작성일20-03-22 08:38 조회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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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이합집산과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몸싸움까지 벌이며 통과 시켰던 선거법개정안을 국회 스스로 폐기처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우여곡절 통합 후 비례정당 놓고 또 갈등…'정치권 대혼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정치는 생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다는 이 격언을 총선 직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만 18세 선거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첫 적용되는 21대 총선을 목전에 둔 정치권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가까운 취재기자를 만나면 "난리도 아니다"는 푸념 섞인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탄핵 이후 '정치개혁' '사법개혁'을 주장하며 가치와 원칙을 내세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당선권'과 '표계산'에 매몰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내가 이러려고 치이고 잠못자고 현장에서 취재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당시 국회 모습. /이덕인 기자

미래통합당이 자신있게 '선거법 개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창당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래한국당 창당을 '그런 짓'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군소정당들과 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마저도 계파가 갈려 소수정당이 결국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정당들과 손잡고 나온 '더불어시민당'엔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합류했다. '정치개혁연합'을 플랫폼으로 상정한 녹색당과 미래당, 민중당 등 오랜 시간 활동해온 진보정당들은 결국 합당 논의에서 빠졌다. 언론에선 "결국 민주당 의석수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총선 국민의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세력을 위해 뭉쳤지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동대표'라는 말이 무색하게 세 명의 대표가 함께 회의에 참석한 날은 드물었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합당으로 통합된 공보실 알림채팅방은 바른미래당계와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로 나뉘어 두 개가 됐다.

20대 국회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그 취지가 훼손된 지 오래다. /이선화 기자

이합집산은 정당 정치의 속성이라지만 최근 전개된 일련의 일들은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고 원초적이다. 기존·신생 정당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섞여 구분도 쉽지 않다. '시민', '민주', '미래' 등 단어를 넣었지만, 국민들이 각 정당과 그들의 표 계산을 얼마만큼 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는 쉬워야 한다. 춘추시대, 공자가 존경했던 성현인 주나라의 주공은 "정치가 누구에게나 쉽고 편하면 백성이 친근하게 느끼고 쉽게 따르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의 정치는 어렵다. 수많은 이합집산에 지인들 사이에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정국의 폭력과 고성, 다툼이 눈에 선하다. 다양한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치적 다양성'과는 멀어진지 오래다. 총선 직전 정치권은 위성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거대 양당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의원들을 향한 고소·고발도 현재 진행형이다. 매번 '국민의 뜻'을 외치며 '미래를 맡겨 달라'고 호소하는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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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둔 2017년 3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취재진들이 설치한 포토라인. /더팩트DB

법원은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사회적 약자의 안식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법원의 인권 감수성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수사 단계에서 인권 문제는 사회적 논의의 폭이 넓어지고 실제 가시적 성과도 나타난다. 이 시점에서 법원은 과연 어떤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더팩트>는 그 첫 시도로 기획기사 '인권친화 법원을 향해'를 2회에 걸쳐 마련한다. 1회에서는 영장 발부 등 피고인 인권 보장에 대한 이슈를 점검해본다.<편집자주>

구속영장 발부율 80% 시대…피고인 방어권 실현하려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피고인이란 검사의 기소로 공소가 제기된 사람이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간주해 법원에 "형사처벌해달라"며 회부한 신분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어디까지나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뿐, 재판에서 혐의를 다퉈야할 소송 당사자이기도 하다. 공소유지 의무를 가진 검사가 조사실에서 수사할 때와 달리,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공방하고 이를 지켜본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는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하면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부터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심제를 보장하는 한국 사법부 특성을 고려하면 공소제기 시점에서 유죄 예단은 더 섣부르다. 최근 5년간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한 비율은 △2014년 42.5% △2015년 44.7% △2016년 41.7% △2017년 31.3% △2018년 47.6%다. 항소심 사건 중 절반이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헌법은 재판 단계에서 무죄추정원칙과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구속영장 발부율이 매년 80%를 웃도는 등 방어권에 있어 필수적인 불구속재판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소되지도 않은 주요 피의자들이 마주하는 법원 내 포토라인 역시 논란의 중심이다.

◆피고인 방어권 최대 위협 '무기' 구속이 너무 많다

피고인 방어권 행사의 핵심은 불구속 재판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인신을 가둔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치소 특성상 변호인 접견이 제한돼 변론 준비에도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속된 피고인 측에서 주장하는 석방 사유는 대부분 충분한 변론 시간 확보를 통한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다.

원칙과 달리 통계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율은 평균 80%에 육박한다. 일단 영장이 청구되면 대부분 구속되는 셈이다. 반면 영장 발부의 적법성을 다투는 구속적부심 인용률은 2014년 20.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에는 12.2%까지 떨어졌다. 보석 청구 인용률 역시 절반도 안되는 수치인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사법부는 1997년 무분별한 인신구속을 막고자 지금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후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율은 1%대에 머물고 있다. 달리 말하면 구속이 꼭 필요한 사건만 영장이 청구돼 발부율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속적부심 인용률을 무작정 늘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소 전 청구하는 구속적부심 특성상 영장 발부 때와 사정변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다. 심사가 이뤄지는 기간은 구속 기간에도 포함되지 않아 피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일례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64)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의 경우 일부 변호사들이 내부 논의없이 구속적부심을 수차례 청구해 구속기간만 길어져 잡음이 있었다.

다만 보석 석방은 더 적극적으로 인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속적부심과 달리 구속기소된 피고인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다. 또 자택 연금 등 여러가지 조건을 달아 도주 우려를 줄일 제도적 장치도 있다.

피고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동시에 구속의 순기능인 수월한 재판 진행도 가능한 제도지만 보석 석방의 문은 좁기만 하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보석 석방에는 필요적 보석과 임의적 보석 두가지가 있다. 필요적 보석은 석방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에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 구속영장 발부 사유와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 인용률이 0%에 수렴한다. 별다른 기준이 없는 임의적 보석의 경우 사회 고위층들의 '황제 보석' 수단으로 남용되며 그 여파로 정말 석방돼야 할 피고인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피고인 구속이 너무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인신구속이 불가피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하는데, 검찰과 재판부가 좀 더 수월하게 수사·재판을 진행할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입법발전소)는 "기본적으로 구속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증거인멸 우려 역시 당초 검찰이 수사를 꼼꼼하게 했다면 상당 부분 사라질 사유"라며 "법원 입장에서도 피고인을 구속하면 법정에 부르기도 쉬우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으로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구속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부터 서는 포토라인 이대로 괜찮나

대중의 주목이 집중된 사건 당사자가 출석할 때 밟는 포토라인 운영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토라인은 취재가 과열돼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된 일종의 '취재 경계선'이다.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출석하던 중 취재 과열로 카메라에 찍혀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문제점과 안전사고를 막자는 취지에서 검찰기자단이 포토라인을 만든 것이 시초다. 검찰 차원에서도 2010년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해 공인인 피의자 촬영 관련 규정을 정리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그간의 수사공보 방식과 언론 취재 실태를 점검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며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고 포토라인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 등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시기가 맞물려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 포토라인이 화두에 오른 건 오랜 일이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건 초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포토라인에 서는 걸 원치 않는 피의자가 별다른 입장 발표도 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도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2019년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검찰에 출석하게 된 현직 법관이 포토라인을 '패싱'하는 일이 빈번해지며 실효성 공방이 과열됐다. 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조사 당시 취재진에 대응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그대로 통과했다.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량에서 내리는 사진이 찍히자 검찰에 크게 항의하기도 했다.

법원 역시 중요사건 피의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관한 언론의 요청이 있으면 내부 논의를 거쳐 일시와 장소를 공개하고 촬영을 허가해 왔다. 법원의 장소 고지와 촬영 허가는 포토라인 설치로 이어졌다. 검찰 공개소환 폐지에 법원의 포토라인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주요 형사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은 포토라인 운영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법농단' 사태 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월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포토라인을 바라보고 있다. /더팩트DB

기밀을 유지해야하는 수사기관과 달리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삼는 법원 포토라인을 폐지하면 국민의 알권리가 훼손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 공개소환은 혐의가 특정되지도 않은 시점인 첫 수사 때부터 조사 대상자를 공개하며 사회적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있어 폐지된 것"이라며 "이와 달리 법원은 공개재판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기관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수록 잃는 것이 더 많다. 법원도 인권과 알권리 사이 접점에 대해 계속 논의해야겠지만, 현 시점에서 포토라인 폐지는 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폐지는 시기상조지만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 대부분이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문제의식은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포토라인에 섰던 주요 인물을 살펴 보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이 대다수였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단계에서 피의자를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는 건 무죄추정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며 "기관 성격은 다르지만 포토라인에 서는 걸 원치 않는 피의자들이 통과하는 모습도 일거수일투족 보도되는 현상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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