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의 탄생…언론이 둘로 쪼갠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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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라설 작성일20-04-03 18:13 조회19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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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 = 정진우 , 이원광 , 강주헌 , 유효송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6회-종합]'타락한 진영의식' 키우는 언론]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지난 3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성역없는 수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특수단이 현재까지 해경 지휘부 일부만을 기소하고 나머지 참사 관계자들과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깜깜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진위-조작 여부에 대한 수사, 선장 이준석의 1시간 행적에 대한 수사,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의 범행 의혹에 대한 수사 등을 요구했다. 2020.3.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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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란 단어가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등장했다. 당시 기자들은 밤낮없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아니면 말고”식 ‘오보’와 ‘과장보도’가 적잖게 나왔다. 오보가 오보를 낳고 과장보도가 본질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국민들은 그때부터 허위 사실과 과장된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불렀다. 그렇게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언론은 대오각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아쉽지만 국민 절반은 여전히 언론을 믿지 않는다. 우리를 포함한 언론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729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언론 보도를 신뢰하냐’고 물어본 결과 49.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 절반이 믿지 않는 언론, 기자들을 비롯한 언론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신뢰성과 공정성 잃은 대한민국 언론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면 낭비, 전파 낭비일 뿐이다. 신뢰의 바탕은 공정이다. 공정한 보도가 신뢰를 구축한다. 그 공정은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가치다. 사회 현상의 중요성에 따라 의견이나 사상의 흐름을 비례적으로 표현해야한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순간 공정은 사라진다.
객관적 보도와 공익 추구는 언론의 본질이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은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뉴스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의 보도는 늘 공정성 논란을 부른다. 신뢰를 잃은 언론의 잘못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접하며 ‘프레임(구도)’이 짜여 있다고 의심한다. 독자 항의 전화의 대부분은 “의도가 무엇이냐”다. 의도가 없는 게 다반사지만 그렇게 비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이다. 특정세력의 이익이나 의견을 옹호하거나 과하게 비난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실제 언론은 진영으로 쪼개져 있다. ‘보수 vs 진보’ 구도가 갈수록 공고해진다. 나름의 ‘진영 논리’는 갈수록 사라진다. 합리적 비판·생산적 대안 등은 보도되지 않는다. ‘막말 논란’ ‘맹목적 비난’ 등 선정적 기사가 확대·재생산된다. 타락한 진영의식이 언론 내 진영도 오염시킨다.
한쪽은 ‘망국’의 대한민국이, 다른 한쪽은 ‘천국’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정보’ 대신 ‘정쟁’만 담긴다.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 정책은 뒷전이다. 읽히지 않고 내 편에 도움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배제와 옹호, 둘 중 선택만 강요받는다.
◇언론이 쪼갠 여론
국민은 보수와 진보, 혹은 그 어디쯤 서 있다. 각자 진영에 속해 살아간다. 다만 통합을 추구하느냐 이분법을 강요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게 문제다.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힌 언론의 강요는 강성 지지층만 자극한다. 여론은 분열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달라진 만큼 같은 현실을 담은 기사도 다르게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밤 G20화상회의에서 발표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을 다룬 같은 기사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다. 네이버 댓글창에선 “기자가 문 대통령을 무조건 찬양한다”는 글이 주를 이루는 반면 다음 댓글창에선 “기자가 문 대통령 발언을 정확히 보도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언론이 진영으로 나뉜 데 이어 네이버와 다음도 어느새 ‘타락한’ 진영의 놀이터가 됐다.
‘이분법’의 선택을 강요받던 국민은 뉴미디어 환경 속 다른 길을 꾀한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간다. 자율적 선택의 결과물은 안타깝게도 확증편향이다.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찾아 즐기며 자기 만족한다. 팟캐스트·유튜브 등은 궤변에 대한 궤변으로 채워진다.
◇권력화한 언론
공정성이 맹목적 ‘가치 중립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론은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발언한다. 그 속에 ‘가치’와 ‘지향’이 담긴다. 그 전제는 ‘권력과 거리두기’다. 그래야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친 언론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박수를 보낸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없었다. 각 진영의 철 지난 얘기만 되풀이하고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선봉대 역할을 했다. 언론 스스로 권력화됐다.
언론 스스로 부정하더라도 국민들은 그렇게 본다. 권력·정당·언론 등을 한 진영에 묶는다. 언론이 자초한 결과다. 맹목과 궤변을 기사화하며 스스로 비합리와 왜곡을 재생산했다. 그 흐름에 적응하며 합리적 의식은 둔감해졌다. ‘자정 능력’도 함께 사라졌다.
◇언론인 스스로 권력을 멀리해야
언론이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언론인 스스로 권력에서 멀어져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국회나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출신이 계속 늘고 있는 게 방증한다. 20대 국회만 따지면 박병석·정진석·민병두·민경욱 의원 등 20여명의 언론인 출신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
이번 4·15 총선에서도 새로운 언론인 출신들이 대거 도전한다. KBS아나운서를 지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더불어민주당),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박용찬 전 MBC 기자(미래통합당), 정필모 전 KBS 부사장(더불어시민당), 한겨레신문 출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열린민주당),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미래한국당) 등 적잖다.
언론인 출신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언론인들이 각 진영의 대변자 혹은 나팔수로 전락하는 등 ‘권언유착’의 모습을 보이면 언론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 진영에 듣기 좋은 소리, 혹은 비판이 결여된 글과 영상은 대중들을 향해 확증편향을 심화시킨다. 언론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외쳐야한다. 언론인 스스로 권력이 되면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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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애독자였던 (나는) 오늘부터 신문을 절독하기로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애독하던 신문의 절독 선언(?)을 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통합당 낙천 현역들, 만만한 곳 무소속 출마’라는 보수 매체 기사를 언급하며 “허위 날조 기사를 보고 분노한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현역 의원도 아닌 자신을 싸잡아 도매급으로 취급했다고 분노했다. 야당 기득권 세력이 ‘정적 쳐내기 막천(막장공천)’을 해도 그대로 따라야 하냐며 항변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매체에 대해 보수진영 거대정당의 수장을 지낸 홍 전 대표의 비판은 이례적이다.
이 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홍 전 대표가 더 화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40년 애독자’란 표현을 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촌극을 벌였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교수와 이 신문사 책임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없었던 일로 했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칼럼이었다. 언론과 정치인·정당은 공생관계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권자의 표로 사는 정치인은 언론이 좋은 홍보수단이다. 여론에 민감하고 언론 기사 한 줄에도 예민하다. 신문에서 본인을 호의적으로 다루면 ‘정론지’가 되지만 자신을 비판할 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신문’이 된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 을)가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0.4.2/뉴스1
언론도 정치인을 활용한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면서 영향력을 키운다. 다른 언론과 차별되는 기사를 위해 심층 정보도 필요하다. 정치인은 언론의 좋은 취재원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건전한 긴장감 없이 ‘유착’으로 변질되면 언론은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범이 된다. 정치인들은 각 진영의 대표 선수로 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입맛에 맞는 언론을 이용하려고 한다. 언론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시시각각 보도한다. 정치인들은 다시 언론이 보도한 기사들을 근거로 사태의 파급력과 심각성을 부각한다. 언론은 이것을 다시 기사로 받는다. 서로 주고 받으면서 눈덩이를 점점 크게 굴려가는 셈이다.
정치 기사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은 이를 증폭한다. 발언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은 자극적인 문구의 제목을 달고 경쟁적으로 보도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정치인들 또한 언론이 기사로 자신의 발언을 다뤄주길 바라며 자극적인 조어를 활용해 발언한다. 결국 언론은 정치인과 함께 ‘타락한 진영의식’을 키우는 역할을 자임하는 꼴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의원회관에선 매일 다양한 주제로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는데, 분명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좋은 내용이 있음에도 이는 무시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치인 발언만 보도하는 언론이 많다”며 “언론이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는데 앞장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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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주무기는 ‘유튜브’다. 종이신문·지상파 방송·인터넷 언론·종합편성 채널·팟캐스트 등을 이어 이젠 유튜브 정치 시대다.
보수와 진보 등 갈라진 진영 속에서 진영 논리와 진영 궤변을 요리한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는 골동품으로 치부된다. 국민들은 입맛에 맞는 유튜브 세상에서 산다. ‘우리끼리’ ‘자기끼리’ 보고, 소통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 추락과 무관치 않다. 뉴미디어가 ‘타락한 진영의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성 언론의 타락이 낳은 괴물이기도 하다.
◇열성 지지층 몰리는 유튜버 ‘상위권’ 차지
서울 여의도 국회는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유튜버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국회 기자회견장 등에선 어렵지 않게 유튜버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가능한 소규모 촬영 장비를 들고 국회 곳곳을 누비며 콘텐츠 생산을 위한 취재 활동을 한다.
정치 분야에선 대체로 보수 유튜버들이 주목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수 성향의 기성 언론들이 적극 보도한 후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및 조회수 규모 등을 게재한 ‘유튜브 랭킹’(4월1일 기준)에 따르면 뉴스·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기준 7위 신의한수(122만명), 13위 진성호방송(89만명), 24위 펜앤드마이크TV(67만명), 28위 가로세로연구소(56만명), 29위 고성국TV(54만명) 등 보수 유튜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진보 유튜브 채널 중에는 9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13만명), 21위 딴지방송국(75만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핵심 주제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 등에서 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사실’을 알리기보다 ‘포장’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정보가 아닌 가짜 뉴스도 쉽게 생산되고 공유된다.
열성 지지자들은 해당 콘텐츠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옮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유통 및 확대 재생산에도 앞장선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자발적·적극적 정치 행위 측면도 없지 않지만 ‘타락한 진영 의식’도 함께 유통된다.
◇언론의 영역에 들어온 유튜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은 듣고 싶고 보고싶은 ‘팩트’를 유튜브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꺼리던 고령층을 움직인 것도 유튜브다. ‘정치 유튜브’의 흥행 공식이다.
유튜브가 정보를 제공하고 때때로 의제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영역에 들어왔지만, 반쪽짜리 언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본질은 동영상 콘텐츠다. 콘텐츠가 좋아야 사람들이 몰린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 시장은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 대부분이 자기 진영의 맹목적 지지나 상대 진영 비난 등에 매몰된다. 대결 구도(프레임)를 강하게 세운 뒤 풀어간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콘텐츠가 통한다는 믿음은 ‘정치 유튜브’ 시장에선 몽상에 불과하다.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추천 시스템은 이같은 부작용을 키운다. 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진영의 채널만 보게 한다. 정보 검색에 취약한 중·장년을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틀어만 두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는 TV를 넘어선다.
◇확증 편향, 공론장 기능 마비…“사회 갈등, 증폭”
유튜브의 성장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믿었던 언론이 허위보도 혹은 과장보도를 일삼는 현실을 떠나 유튜브 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10여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도 형태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 등을 헬기까지 동원해 생중계했고 ‘논두렁 시계’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문제는 확증 편향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뉴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타락한 진영의식’을 강화시킨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방식의 사고를 의미한다. 유튜브가 구독자 각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진영의 선수들, 정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래통합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는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가 끝나면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 어느 교도소든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되니 괜찮다”는 내용을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언론의 공론장 기능도 마비된다. 실제 지난 1월 ‘신의 한수’에 게재된 ‘윤석열, 문재인 비리 찾았다’ 편에는 현재까지 100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보수 야당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진보 유튜브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올라온 ‘판사가 된 이유 그리고 사법농단’ 편에는 윤 총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글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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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에 기댄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의 ‘양극화 편승’이 진영 갈등의 시작이라고 진단한다. 시민사회 세력이 약해지고 언론이 본분을 망각하고 편으로 갈려 양극화가 촉발됐다는 얘기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있을 때 여론을 절충시킬 수 있는 게 시민사회 세력인데 그들이 정치권으로 포섭돼 버렸다”며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세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독 수나 시청률에 집중하느라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며 “뉴미디어의 선정성 경쟁에 내몰려 본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에 관심이 없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과격화되니 정치인들이 타협하고 싶어도 극단 세력의 포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건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은 그 과정에서 정당의 관심 사안에서 밀려난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에서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언론 플랫폼이 변화된 것도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 교수는 “과거 주류 전통 미디어도 보수와 진보가 있었지만 중도층의 구독자를 의식했었다”며 “인터넷 기반 미디어들이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펴 정치의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언론의 기본은 '정의'
언론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념이 없는 인간은 없다”며 해결책을 ‘진영 논리 타파’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정의로움이 언론 보도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제일 큰 문제가 불공정성”이라며 “우리 편만 옳고 남이 잘못하면 물어뜯는 불비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문제는 진영 논리 자체가 아니라 균형이 없는
경향성(tendency)”이라며 “조국 사태와 같이 (진영 갈등에 매몰된 이슈) 하나만 터지면 그 외 모든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소한 균형’을 제안했다. “언론이 무리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게 비례의 원칙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이 프레임을 만들거나 어느 진영의 대변인이 되는 걸 의식적으로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학과 교수는 “언론이 틀 짓기와 프레임을 지어야 한다는 착각과 사명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한다고 해서 ‘자기 편’에게 인정받는다는 경직된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 혼자만의 힘 보다는 사회 구조와 정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치 편승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정책 베이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정진우 , 이원광 , 강주헌 , 유효송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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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6회-종합]'타락한 진영의식' 키우는 언론]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지난 3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성역없는 수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특수단이 현재까지 해경 지휘부 일부만을 기소하고 나머지 참사 관계자들과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깜깜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진위-조작 여부에 대한 수사, 선장 이준석의 1시간 행적에 대한 수사,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의 범행 의혹에 대한 수사 등을 요구했다. 2020.3.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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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둘로 쪼갠 '여론'…진영권력에 둥지 튼 '기레기'━
국민들은 그때부터 허위 사실과 과장된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불렀다. 그렇게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언론은 대오각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아쉽지만 국민 절반은 여전히 언론을 믿지 않는다. 우리를 포함한 언론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729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언론 보도를 신뢰하냐’고 물어본 결과 49.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 절반이 믿지 않는 언론, 기자들을 비롯한 언론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신뢰성과 공정성 잃은 대한민국 언론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면 낭비, 전파 낭비일 뿐이다. 신뢰의 바탕은 공정이다. 공정한 보도가 신뢰를 구축한다. 그 공정은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가치다. 사회 현상의 중요성에 따라 의견이나 사상의 흐름을 비례적으로 표현해야한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순간 공정은 사라진다.
객관적 보도와 공익 추구는 언론의 본질이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은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뉴스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의 보도는 늘 공정성 논란을 부른다. 신뢰를 잃은 언론의 잘못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접하며 ‘프레임(구도)’이 짜여 있다고 의심한다. 독자 항의 전화의 대부분은 “의도가 무엇이냐”다. 의도가 없는 게 다반사지만 그렇게 비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이다. 특정세력의 이익이나 의견을 옹호하거나 과하게 비난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실제 언론은 진영으로 쪼개져 있다. ‘보수 vs 진보’ 구도가 갈수록 공고해진다. 나름의 ‘진영 논리’는 갈수록 사라진다. 합리적 비판·생산적 대안 등은 보도되지 않는다. ‘막말 논란’ ‘맹목적 비난’ 등 선정적 기사가 확대·재생산된다. 타락한 진영의식이 언론 내 진영도 오염시킨다.
한쪽은 ‘망국’의 대한민국이, 다른 한쪽은 ‘천국’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정보’ 대신 ‘정쟁’만 담긴다.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 정책은 뒷전이다. 읽히지 않고 내 편에 도움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배제와 옹호, 둘 중 선택만 강요받는다.
◇언론이 쪼갠 여론
국민은 보수와 진보, 혹은 그 어디쯤 서 있다. 각자 진영에 속해 살아간다. 다만 통합을 추구하느냐 이분법을 강요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게 문제다.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힌 언론의 강요는 강성 지지층만 자극한다. 여론은 분열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달라진 만큼 같은 현실을 담은 기사도 다르게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밤 G20화상회의에서 발표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을 다룬 같은 기사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다. 네이버 댓글창에선 “기자가 문 대통령을 무조건 찬양한다”는 글이 주를 이루는 반면 다음 댓글창에선 “기자가 문 대통령 발언을 정확히 보도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언론이 진영으로 나뉜 데 이어 네이버와 다음도 어느새 ‘타락한’ 진영의 놀이터가 됐다.
‘이분법’의 선택을 강요받던 국민은 뉴미디어 환경 속 다른 길을 꾀한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간다. 자율적 선택의 결과물은 안타깝게도 확증편향이다.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찾아 즐기며 자기 만족한다. 팟캐스트·유튜브 등은 궤변에 대한 궤변으로 채워진다.
◇권력화한 언론
공정성이 맹목적 ‘가치 중립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론은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발언한다. 그 속에 ‘가치’와 ‘지향’이 담긴다. 그 전제는 ‘권력과 거리두기’다. 그래야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친 언론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박수를 보낸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없었다. 각 진영의 철 지난 얘기만 되풀이하고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선봉대 역할을 했다. 언론 스스로 권력화됐다.
언론 스스로 부정하더라도 국민들은 그렇게 본다. 권력·정당·언론 등을 한 진영에 묶는다. 언론이 자초한 결과다. 맹목과 궤변을 기사화하며 스스로 비합리와 왜곡을 재생산했다. 그 흐름에 적응하며 합리적 의식은 둔감해졌다. ‘자정 능력’도 함께 사라졌다.
◇언론인 스스로 권력을 멀리해야
언론이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언론인 스스로 권력에서 멀어져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국회나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출신이 계속 늘고 있는 게 방증한다. 20대 국회만 따지면 박병석·정진석·민병두·민경욱 의원 등 20여명의 언론인 출신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
이번 4·15 총선에서도 새로운 언론인 출신들이 대거 도전한다. KBS아나운서를 지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더불어민주당),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박용찬 전 MBC 기자(미래통합당), 정필모 전 KBS 부사장(더불어시민당), 한겨레신문 출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열린민주당),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미래한국당) 등 적잖다.
언론인 출신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언론인들이 각 진영의 대변자 혹은 나팔수로 전락하는 등 ‘권언유착’의 모습을 보이면 언론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 진영에 듣기 좋은 소리, 혹은 비판이 결여된 글과 영상은 대중들을 향해 확증편향을 심화시킨다. 언론인들은 국민을 위해서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외쳐야한다. 언론인 스스로 권력이 되면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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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와 유착 '따옴표 저널리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애독하던 신문의 절독 선언(?)을 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통합당 낙천 현역들, 만만한 곳 무소속 출마’라는 보수 매체 기사를 언급하며 “허위 날조 기사를 보고 분노한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현역 의원도 아닌 자신을 싸잡아 도매급으로 취급했다고 분노했다. 야당 기득권 세력이 ‘정적 쳐내기 막천(막장공천)’을 해도 그대로 따라야 하냐며 항변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매체에 대해 보수진영 거대정당의 수장을 지낸 홍 전 대표의 비판은 이례적이다.
이 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홍 전 대표가 더 화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40년 애독자’란 표현을 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촌극을 벌였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교수와 이 신문사 책임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없었던 일로 했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칼럼이었다. 언론과 정치인·정당은 공생관계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권자의 표로 사는 정치인은 언론이 좋은 홍보수단이다. 여론에 민감하고 언론 기사 한 줄에도 예민하다. 신문에서 본인을 호의적으로 다루면 ‘정론지’가 되지만 자신을 비판할 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신문’이 된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 을)가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0.4.2/뉴스1
언론도 정치인을 활용한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면서 영향력을 키운다. 다른 언론과 차별되는 기사를 위해 심층 정보도 필요하다. 정치인은 언론의 좋은 취재원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건전한 긴장감 없이 ‘유착’으로 변질되면 언론은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범이 된다. 정치인들은 각 진영의 대표 선수로 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입맛에 맞는 언론을 이용하려고 한다. 언론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시시각각 보도한다. 정치인들은 다시 언론이 보도한 기사들을 근거로 사태의 파급력과 심각성을 부각한다. 언론은 이것을 다시 기사로 받는다. 서로 주고 받으면서 눈덩이를 점점 크게 굴려가는 셈이다.
정치 기사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은 이를 증폭한다. 발언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은 자극적인 문구의 제목을 달고 경쟁적으로 보도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정치인들 또한 언론이 기사로 자신의 발언을 다뤄주길 바라며 자극적인 조어를 활용해 발언한다. 결국 언론은 정치인과 함께 ‘타락한 진영의식’을 키우는 역할을 자임하는 꼴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의원회관에선 매일 다양한 주제로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는데, 분명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좋은 내용이 있음에도 이는 무시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치인 발언만 보도하는 언론이 많다”며 “언론이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는데 앞장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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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꼴보기 싫다고…괴물? '유튜브 정치'의 탄생━
보수와 진보 등 갈라진 진영 속에서 진영 논리와 진영 궤변을 요리한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는 골동품으로 치부된다. 국민들은 입맛에 맞는 유튜브 세상에서 산다. ‘우리끼리’ ‘자기끼리’ 보고, 소통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 추락과 무관치 않다. 뉴미디어가 ‘타락한 진영의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성 언론의 타락이 낳은 괴물이기도 하다.
◇열성 지지층 몰리는 유튜버 ‘상위권’ 차지
서울 여의도 국회는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유튜버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국회 기자회견장 등에선 어렵지 않게 유튜버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가능한 소규모 촬영 장비를 들고 국회 곳곳을 누비며 콘텐츠 생산을 위한 취재 활동을 한다.
정치 분야에선 대체로 보수 유튜버들이 주목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수 성향의 기성 언론들이 적극 보도한 후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및 조회수 규모 등을 게재한 ‘유튜브 랭킹’(4월1일 기준)에 따르면 뉴스·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기준 7위 신의한수(122만명), 13위 진성호방송(89만명), 24위 펜앤드마이크TV(67만명), 28위 가로세로연구소(56만명), 29위 고성국TV(54만명) 등 보수 유튜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진보 유튜브 채널 중에는 9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13만명), 21위 딴지방송국(75만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핵심 주제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 등에서 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사실’을 알리기보다 ‘포장’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정보가 아닌 가짜 뉴스도 쉽게 생산되고 공유된다.
열성 지지자들은 해당 콘텐츠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옮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유통 및 확대 재생산에도 앞장선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자발적·적극적 정치 행위 측면도 없지 않지만 ‘타락한 진영 의식’도 함께 유통된다.
◇언론의 영역에 들어온 유튜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은 듣고 싶고 보고싶은 ‘팩트’를 유튜브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꺼리던 고령층을 움직인 것도 유튜브다. ‘정치 유튜브’의 흥행 공식이다.
유튜브가 정보를 제공하고 때때로 의제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영역에 들어왔지만, 반쪽짜리 언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본질은 동영상 콘텐츠다. 콘텐츠가 좋아야 사람들이 몰린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 시장은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 대부분이 자기 진영의 맹목적 지지나 상대 진영 비난 등에 매몰된다. 대결 구도(프레임)를 강하게 세운 뒤 풀어간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콘텐츠가 통한다는 믿음은 ‘정치 유튜브’ 시장에선 몽상에 불과하다.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추천 시스템은 이같은 부작용을 키운다. 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진영의 채널만 보게 한다. 정보 검색에 취약한 중·장년을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틀어만 두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는 TV를 넘어선다.
◇확증 편향, 공론장 기능 마비…“사회 갈등, 증폭”
유튜브의 성장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믿었던 언론이 허위보도 혹은 과장보도를 일삼는 현실을 떠나 유튜브 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10여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도 형태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 등을 헬기까지 동원해 생중계했고 ‘논두렁 시계’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문제는 확증 편향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뉴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타락한 진영의식’을 강화시킨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방식의 사고를 의미한다. 유튜브가 구독자 각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진영의 선수들, 정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래통합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는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가 끝나면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 어느 교도소든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되니 괜찮다”는 내용을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언론의 공론장 기능도 마비된다. 실제 지난 1월 ‘신의 한수’에 게재된 ‘윤석열, 문재인 비리 찾았다’ 편에는 현재까지 100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보수 야당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진보 유튜브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올라온 ‘판사가 된 이유 그리고 사법농단’ 편에는 윤 총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글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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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수·시청률 편승한 양극화 멈춰야"━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이 지난해 주요 3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언론이 ‘진영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언론이 나뉘니 독자도 분열된다. 봐야하는 뉴스 대신 ‘믿고 싶은 신문만 본다’가 자리 잡았다.
◇양극단에 기댄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의 ‘양극화 편승’이 진영 갈등의 시작이라고 진단한다. 시민사회 세력이 약해지고 언론이 본분을 망각하고 편으로 갈려 양극화가 촉발됐다는 얘기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있을 때 여론을 절충시킬 수 있는 게 시민사회 세력인데 그들이 정치권으로 포섭돼 버렸다”며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세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독 수나 시청률에 집중하느라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며 “뉴미디어의 선정성 경쟁에 내몰려 본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에 관심이 없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과격화되니 정치인들이 타협하고 싶어도 극단 세력의 포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건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은 그 과정에서 정당의 관심 사안에서 밀려난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에서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언론 플랫폼이 변화된 것도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 교수는 “과거 주류 전통 미디어도 보수와 진보가 있었지만 중도층의 구독자를 의식했었다”며 “인터넷 기반 미디어들이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펴 정치의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언론의 기본은 '정의'
언론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념이 없는 인간은 없다”며 해결책을 ‘진영 논리 타파’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정의로움이 언론 보도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제일 큰 문제가 불공정성”이라며 “우리 편만 옳고 남이 잘못하면 물어뜯는 불비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문제는 진영 논리 자체가 아니라 균형이 없는
경향성(tendency)”이라며 “조국 사태와 같이 (진영 갈등에 매몰된 이슈) 하나만 터지면 그 외 모든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소한 균형’을 제안했다. “언론이 무리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게 비례의 원칙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이 프레임을 만들거나 어느 진영의 대변인이 되는 걸 의식적으로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학과 교수는 “언론이 틀 짓기와 프레임을 지어야 한다는 착각과 사명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한다고 해서 ‘자기 편’에게 인정받는다는 경직된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 혼자만의 힘 보다는 사회 구조와 정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치 편승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정책 베이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정진우 , 이원광 , 강주헌 , 유효송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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